[이야기] 순발력이 부족한 자의 슬픔

저녁 8시부터 30분간 진행될 마포FM 라디오 방송 녹음 때문에, 점심 먹고 나서 교하도서관 옆 야산에서 혼자 1인 2역을 하며, 녹음해서 들어 보고 대본 고쳐서 또 녹음해 보고, 6시간 동안 리허설을 했다. 나는 말의 순발력이 도무지 형편없어서 농담까지 미리 연습한다. 어쩌다 보니 버스 시간대를 놓쳐서 결국 택시를 타고 갔다. 경기도 파주에서 서울 마포까지 가볍게 3만원 넘어 주셨다. 참고로 출연료도 없다. 뭐, 그게 중요하진 않다.

우려하던 스튜디오 울렁증이 도져서, 나쁘진 않았으나 준비한 만큼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속상하지만, 어쩌랴, 그게 내 한계인 걸. 그래도 열심히 준비하면서 생각을 많이 정리했으니 됐다고 위로한다. 녹음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며, 돌아와서 녹음 파일을 9번 되풀이하여 들었다. ‘설득하다’라고 말해야 할 곳에 ‘설득시키다’라고 쓴 걸 비롯해 몇 가지 오류를 확인했다. 글 쓰듯 말하고 말하듯 쓰는 건 무척 닿기 어려운 경지다.

다음날 아침을 먹으며 아내와 다시 한 번 녹음 파일을 들었다.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내 문제점을 깨달았다. 전하고 싶었던 정보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핵심을 벗어나 있었다. 공부하듯 라디오를 듣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텐데, 정보를 많이 주려는 욕심에 강의처럼 말을 뱉었다. 진행자와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오면 될 것을, 내 말만 떠들다 온 것 같다. 사람들은 라디오를 배경 음악처럼 듣는다. 30분짜리 한 꼭지 듣고, ‘ㅎㅎ’ 그러면 되는 거다. ‘ㅋㅋ’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