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이재만 옮김,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 라티오, 2014.

노동자들이여! ··· 나는 나의 주제에 관해 추상적으로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분을 여러분의 집에서 보고 싶었고, 여러분의 일상생활을 관찰하고 싶었고, 여러분의 상황과 비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여러분을 억압하는 이들의 사회적 정치적 권력에 대항하는 여러분의 투쟁을 목격하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했다. 나는 중간계급의 사교와 만찬, 포트 와인과 샴페인에 등을 돌리고서 평범한 ‘노동자들’과 교제하는 데 여가를 거의 전부 바쳤다. 그렇게 해서 나는 기쁘고 자랑스럽다. – 9쪽

직조공들은 형편없는 농민이었고, 땅을 비효율적으로 관리해서 대개 수확량이 변변찮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직조공은 결코 프롤레타리아가 아니었다. ··· 직조공들은 쉬엄쉬엄 일하면서 그런 대로 안락하게 생활했고, 경건함과 정직함을 고수하면서 올바르고 평화롭게 살았다. – 41쪽

··· 지난 60년에 걸친 영국 산업혁명의 역사, 인류의 연대기에서 전례가 없는 역사다. ··· 오늘날의 영국은 과거의 영국과 다른 국가다. 영국에게 산업혁명은 프랑스에게 정치혁명이, 독일에게 철학혁명이 중요한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 제조업이 빠르게 확장하자 일손이 달려 임금이 올랐고, 농업 지역에서 도시로 노동자 부대가 이주했다. 인구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했으며, 그렇게 증가한 인구는 거의 전부 프롤레타리아가 되었다. – 55쪽

···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이 대도시만큼 뻔뻔스럽고 몰염치하고 자기 위주인 곳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인류가 각자의 원칙과 목적을 가진 단자들로 분해되는 원자들의 세계는 바로 이곳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그러므로 이곳에서는 사회적 전쟁, 만인 대 만인의 전쟁이 공공연하게 선포된다. ··· 결국에는 강자가 약자를 짓밟고, 소수의 힘 있는 자본가들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반면에 다수의 힘 없는 빈자들은 목숨만 겨우 부지하게 된다. – 64쪽

··· 행복한 계급들의 눈에 띄지 않는 그곳에서 빈민층은 간신히 생계를 꾸려나간다. – 67쪽

그런데 도둑조차 훔쳐갈 것이 없는 이 불행한 이들의 가난을 유산계급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얼마나 착취하는가! – 69쪽

이런 구역이 잉글랜드 제2의 도시이자 세계 제1의 제조업 도시 심장부에 있다. 인간이 얼마나 좁은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는지, 얼마나 적은 공기 – 어떤 공기이던가! – 로 숨쉴 수 있는지, 문명을 얼마나 적게 공유한 채 살아가는지 보고 싶은 사람은 이곳을 찾아오기만 하면 된다. – 97쪽

··· 노동자는 보통 토요일 저녁에 임금을 받는다. ··· 그래서 노동자는 5시, 또는 늦으면 7시나 되어야 시장에 도착하는 반면, 중간계급 손님들은 가장 좋은 식품들이 가득한 시장에 와서 먼저 식재료를 고른다. 노동자들이 시장에 도착할 쯤이면 가장 좋은 식품은 이미 팔리고 없고, 설령 남아 있더라도 그들은 십중팔구 살 수 없다. ··· 질긴 고기는 대개 병에 걸린 늙은 소나 자연사한 소의 고기라서 애초부터 신선하지가 않고 흔히 반쯤 부패해 있다. ··· 토요일 10시에 팔리는 식품 열에 아홉은 일요일 아침이면 먹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 그럼에도 바로 이런 식품이 극빈한 계급의 일요일 저녁식사를 이루는 양식이다. – 113쪽

노동계급은 중간계급의 돈 욕심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도 기만당한다. 판매업자와 제조업자는 구매자의 건강을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은 채 악독한 방식으로 모든 종류의 식료품에 불순물을 섞는다. – 114쪽

경쟁은 근대 시민사회를 지배하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의 가장 완전한 표현이다. – 121쪽

··· 이제까지 맬서스의 인구론은 완전히 옳았다. 과거의 노골적인 노예제와 현대의 노예제의 유일한 차이는 오늘날의 노동자가 자유로워 보인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그가 한 번에 팔리지 않고, 일, 주, 연 단위로 조금씩 팔리고, 어떤 주인도 그를 다른 주인에게 팔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는 특정한 사람의 노예가 되는 대신 자산계급 전체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를 팔지 않을 수 없다. ··· 노동자는 주인인 부르주아지에게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는 위태로운 처지이며, 부르주아지가 그의 일자리와 생존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으면 굶어죽고 만다. – 126쪽

놀랍게도 이 걸인들은 거의 언제나 노동자 구역에만 나타나고 거의 전적으로 빈민들의 자선에 의지해 살아간다. ··· 걸인 가족은 굶주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고 언제든 똑같이 구걸하는 처지가 되기 십상인 노동자들에게만 의존한다. – 133쪽

매년 아일랜드 인들이 떼를 지어 그레이트브리튼 섬으로 넘어왔다. 이미 100만 명이 이주했고 지금도 매년 대략 5만 명이 이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거의 전부 산업 지역, 특히 대도시로 흘러들어 주민 가운데 최하층 계급을 형성한다. – 136쪽

기계류가 인간의 노동을 점점 대체한다는 사실을 더 자세히 검토해보자. … 이 일을 하는 데는 근육의 힘이 아니라 손가락의 유연성만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남자는 이 일에 불필요할 뿐 아니라 … 여자와 어린이보다 부적합하며, 따라서 자연히 거의 전부 여자와 어린이로 대체된다. – 191쪽

고용주는 피고용인들의 인신과 아리따운 용모를 지배하는 군주이기도 하다. 고용주가 해고하겠다고 위협만 해도 어차피 순결을 단호하게 지킬 마음도 없는 소녀들 10명 가운데 9명은 어떤 저항도 하지 않는다. – 200쪽

맨체스터에서는 신체가 흉하게 변한 이들 말고도 이리저리 쏘다니는 불구자들을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이 사람은 팔 하나 또는 그 일부가 없고, 저 사람은 발 하나, 또 다른 사람은 다리 절반이 없다. 맨체스터에서 살아가는 것은 이제 막 전쟁에서 돌아온 군대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 ··· 새들워스에서 한 청년이 기계바퀴에 걸려 딸려가는 바람에 갈기갈기 찢겨 사망했다. ··· 올덤에서 한 소녀가 벨트에 걸려서 50번이나 회전하고 뼈라는 뼈는 죄다 부러진 채로 죽었다 ··· 많은 사고가, 작동 중인 기계를 공원들이 청소하다가 발생한다. 왜 그런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르주아가 기계가 작동하지 않는 휴식시간 동안 노동자에게 청소를 강요할 것이고, 당연히 노동자는 휴식시간을 한순간도 포기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휴식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한 노동자는 그중 일부를 부르주아를 위해 쓰기보다는 대개 일주일에 두 번씩 목숨을 거는 쪽을 택한다. – 216쪽

그러나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가장 공공연한 선전포고는 맬서스의 인구법칙과 이 법칙에 따라 입안된 신구빈법이다. ··· 오늘날 맬서스의 이론은 진정한 영국 부르주아들 모두의 지론이다. – 3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