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오(楊照), 문현선 옮김, «장자를 읽다», 유유, 2015.

‘불연속 세계관’은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을 분명하게 구별하고 두 범주를 가릅니다. ··· 중국에서는 ‘불연속 세계관’이 아주 일찍부터, 그러니까 주나라 사람들이 나라를 세웠을 때부터 주류가 되어 ‘연속된 세계관’을 배척하고 억합해 왔습니다. ··· <<논어>> <선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 “자로가 ‘감히 죽음에 대해 묻겠습니다’라고 하니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라고 하셨다.” – 36~37쪽

공자나 유가가 친족을 돌보고 인간관계와 예의범절을 지키려고 동분서주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반면, 장자는 이를 한쪽 옆에서 냉정하게 바라보며 답답해하고 남몰래 비웃습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의 영역은 이토록 보잘것없이 작은데 모든 정력과 시간을 그처럼 작은 것에 쏟아붓고, 그와 비교하면 수백 배, 수천 배나 큰 나머지 세계는 무시하고 잊어버리다니, 이 어찌 어리석고 황당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 39쪽

장자와 노자는 사상의 근본, 관심과 지향, 표현 방식에서 사실 크게 다릅니다. ‘노장’이라는 명칭과 순서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노자가 장자보다 앞선다고, 먼저 노자의 사상이 있고 나서야 장자가 있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장자의 사상이 노자 사상의 부연이나 발전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자와 장자의 유사점에만 관심을 둘 뿐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명확하고 엄청난 차이는 무시하곤 합니다. ··· 장자가 묘사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연속된 세계관’이었습니다. ··· 이제 반해 노자는 여전히 주나라 문화의 ‘불연속 세계관’ 입장에서 어떻게 인간관계를 처리할지, 어떻게 역발상의 논리로 이 인간 세상에 더욱 적합한 방식을 찾아낼지 신경을 쓰고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 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