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사상사의 사유 방법에 대하여”, «사상사의 방법과 대상», 소화, 1997.
** 요약
사상사는 딱히 특정 학문 분과에 넣기 어렵다. 방법이나 대상, 범주에 대한 학계의 정설 같은 것이 없다. 지금까지 예로부터 그리고 세계에서 실제로 사상사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현재까지 존재하는 사상사로 미루어보면 세 종류 사상사로 구별할 수 있다.
1. 교리사: 기독교 교리사, 마르크스주의가 여기에 해당한다. 비교적 저명한 사상가나 학자들이 중심이 된다.
2. 관념사: 어떤 문화권이나 여러 시대에 걸쳐 통용된 관념을 추출하여 그 변천 과정을 추적한다.
3. 시대정신사: 어떤 특정 시대를 잡고 그 시대의 여러 영역에 나타나는 사유 방법의 상호 연관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예컨대 미국 사상사의 교조인 아서 러브조이가 주창한 것 중에는, nature, romantic 등 상당히 다의적인 말이 여러 영역에 걸쳐 어떻게 쓰이는지 연구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독일에서는 사상사를 정신사라고 부른다. 이 분야를 확립하는 데 많은 힘을 쏟은 이는 딜타이다. 모든 문화 현상을 역사적인 생(Leben)의 표출로 이해하면서, 이 모든 것을 관통해 흐르는 정신(Geist)의 연관을 전체로 파악하고, 그래서 시대 정신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주도적인 사상은 위에서 아래까지 세상에 두루 미치는데, 목적 의식성, 목적 설정에 의한 방향성이란 위에서 아래로 향하며, 이에 반해 사상의 에너지나 사상을 추진하는 에너지는 아래에서 위로 향한다. 사실사가 문헌의 고증에 치중하여 ‘위서’를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반면, 사상사는 그 위서가 나왔다는 시대의 사실 자체까지 주목한다. 이렇게 사상사는 이미지까지 한 요소로 독립적으로 다룬다. 사상사 연구는 음악 연주자와 비슷하다. 악보는 정해져 있지만 연주는 연주자의 해석과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르다. 아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추(追)-창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