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케이건(Donald Kagan), 박재욱(옮김), «투퀴디데스, 역사를 다시 쓰다», 휴머니스트, 2013.
원제: Thucydides – The Reinvention of History (2009)
페리클레스는 스파르타가 이 전쟁에서 승리할 전략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기를 기다렸고, 1년이나 2년 혹은 3년 안에는 스파르타가 그러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생각했다. 페리클레스에게 가장 힘겨웠던 일은 나가서 싸우려는 많은 아테나이인을 말리는 것이었다. – 14쪽
아테나이인은 투퀴디데스에게 패배의 책임을 물어 반역죄를 선고하고 전쟁이 끝나기까지 20년 동안 추방했다. 이는 투퀴디데스 개인에게는 엄청난 불행이었으나, 그의 저작을 읽는 지금의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기도 했다. 투퀴디데스는 “추방당했기 때문에 양편에서, 특히 펠로폰네소스의 측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게 되었고 사건의 진행을 더 잘 이해할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 21쪽
투퀴디데스는 신화를 수용하지도 합리화하지도 않았다. 그저 무시해버리거나 차가운 눈으로 분석했다. 인간의 행위를 신들의 뜻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때로는 개인의 의지로도 설명하지 않았다. 사회 속에서 인간 행위를 총체적으로 분석해 답을 구했다. – 21쪽
‘타 에르가(사실)’를 확립하는 것도 극도로 중요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사실로부터 생겨나는 ‘로고이(해석)’를 형성하는 데 종속된다. – 25쪽
소피스트가 보기에 ‘퓌시스’는 인간이 자기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내적 경향이다. 반면 ‘노모스’는 사회가 인간의 ‘퓌시스’에서 생겨나는 반사회적 충동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 마련한 인위적 도구다. – 27쪽
투퀴디데스는 다만 자연에 있는 요소가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연구하면서 가능한 수준에서 확실성과 일관성을 추구했을 따름이다. – 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