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Πλάτων), 강철웅 옮김, «향연», 정암학당, 2011(2010).
아가톤이 말했다고 하네. … 우선, 파이드로스, 그는 신들 가운데 가장 젊네. … 그는 늘 젊은이들과 함께 있고 그가 또 그러하네. 비슷한 것이 비슷한 것에 늘 다가간다는 옛 말이 잘 들어맞는 거지. (195b)
헤시오도스와 파르메니데스가 이야기해 주는, 신들에 관련된 옛 일들은, 그들이 진실을 이야기했다면, 에로스가 아니라 아낭케(필연)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하네. 에로스가 그들 가운데 있었더라다면 서로를 거세하는 일, 결박하는 일, 혹은 다른 여러 우리격다짐들이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오히려 친애와 평화가 있었을 테니까 말일세. (195c)
또 실로 적어도 용기에 관한 한 에로스에게 ‘아레스조차도 맞서지 못한다네.’ … 다른 것들 가운데 가장 용기 있는 자를 지배함으로써 그는 모든 것들 가운데 가장 용기 있을 것이네. (196d)
그 신은 남도 시인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지혜로운 시인이네. 어쨌거나 에로스가 접촉하는 자는 누구든지, ‘심지어 이전에는 뮤즈 여신과 거리가 멀었다 해도’ 시인이 되지. 우리가 바로 이것을 에로스가 훌륭한 시인이라는 것의, 통틀어 말해 시가 기술과 관련된 모든 창작에 있어서 그렇다는 것의 증거로 삼는 게 적절할 것이네. (196e)
이 신은 우리에게서 낯설음은 비우고 친근함은 채우네. … 우리로 하여금 서로와 더불어 이런 모든 모임들로 모이게 하고, 축제에서, 가무에서, 제사에서 인도자 노릇을 하네. 부드러움은 갖추어 주고 사나움은 제거해 주네. 호의는 선물로 넉넉하게 주지만 적대는 선물로 주지 않네. (197d)
“다름 아니라 에로스는 우선 어떤 것들에 대한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그에게 그것들에 대한 결여가 있다고 할 때의 바로 그것들에 대한 것 아닌가?” 소크라테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고 하네. (200e)
‘그럼 에로스는 무엇일까요? 가사자인가요?’ 내가 말했네. … ‘위대한 신령이지요, 소크라테스, 기실 신령한 것은 다 신과 가사자 사이에 있으니까요.’ … ‘인간들의 것을 신들에게, 그리고 신들의 것을 인간들에게 해석해 주고 전달해 줍니다. … 그들 양자의 가운데 있어서 그들 사이를 메워 주고, 그래서 그 전체가 그 자체로 서로 결속되게 해 줍니다. (202d~e)
그런데 포로스와 페니아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에로스는 다음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되었답니다. … 어머니의 본성을 갖고 있어서 늘 결핍과 함께 삽니다. 그런가 하면 또 아버지를 닮아서 아름다운 것들과 좋은 것들을 얻을 계책을 꾸밉니다. (203c~d)
에로스는 아름다운 것에 관한 사랑이지요. 그래서 에로스는 필연적으로 지혜를 사랑하는 자일 수밖에 없고, 지혜를 사랑하는 자이기에 지혜로운 것과 무지한 것 사이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204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