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 «역사 고전 강의», 라티오, 2012.

헤로도토스는 자신이 접할 수 있는 모든 걸 조사하고 연구했습니다. … 그는 지중해 세계에서 보고 들은 것을 조사하고, 연구하고, 기록함으로써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보편적인 관점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그가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 p. 46

희랍인들은 생활이 불안정한 유랑객이었지만 트로이아 사람들은 부유하고 품격 있는 문명인이었습니다. 전리품으로 획득한 여인을 차지하려고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이 다투는 모습을 떠올려 보십시오. 얼마나 유치한지 모릅니다. 반면 트로이아의 명장 헥토르와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가 이별하는 모습은 이 작품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의 하나입니다. – p. 49

마라톤 전투와 살라미스 해전에서 거둔 두 번의 승리는 아테나이로 하여금 패권적 야망을 갖게 합니다. 반면 전투에서 패한 스파르테는 아테나이에 대한 질투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페르시아 전쟁의 결과로 인해 희랍 세계 내부에서 반목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투퀴디데스가 말하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 바로 이것입니다. 즉 아테나이의 야망과 스파르테의 두려움이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입니다. – p. 49

헤로도토스는 자기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전해 들은 이야기도 기록합니다. 신화와 사실 둘 다를 이야기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는 인간이 이 두 가지를 통해 움직인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 중에는 신화적인 것도 있으며, 우리 안에 있는 알 수 없는 편견이 우리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 p. 57

투퀴디데스는, 제시된 증거에 따라 기술한 자신의 이 탐구 보고서를 읽고 나면 엄밀한 인과적 법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사가 대체로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일정한 법칙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헤로도토스가 ‘역사’의 아버지라면, 투퀴디데스는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p.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