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셸리(Mary Shelley), 김선형 옮김, «프랑켄슈타인», 문학동네, 2016(2012).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1818)
그가 증명하려는 이론, 그가 기술하고 있는 경이로운 사실들이 곧 이런 무심함을 열의로 바꾸어놓았다. 내 정신에 새로운 빛이 새벽녘처럼 비치는 듯했다. 환희에 들뜬 나는 이 발견을 아버지에게 전했다. 아버지는 책 표지를 대충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 우리 착한 빅토르, 이런 데 네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한심한 쓰레기란다.” / 이런 말 대신, 아버지가 귀찮더라도 아그리파의 원칙들은 이미 모두 타파되었고 현대과학 체제가 도입되었으며, 고대과학이 황당무계한 반면 현대과학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이기 때문에 훨씬 더 강력한 힘이 있다고 설명해주었더라면, 나는 아마 아그리파를 기꺼이 치워버리고 뜨끈하게 달구어진 상상력으로 현대의 발견에 토대를 둔, 보다 이성적인 화학이론에 몰두했을 것이다. – p. 46
“나는 선했고, 내 영혼은 사랑과 박애로 빛났다. 하지만 나는 외롭지 않은가? 참담하게 고독하지 않은가? 내 조물주인 당신이 나를 증오하는데 하물며 내게 아무것도 빚진 바 없는 당신의 동포들은 어떻겠는가? … 사막 같은 산맥과 음침한 빙하들이 내 안식처다. … 이 황량한 하늘을 나는 반가이 맞는다. 저 하늘은 당신의 동포들보다 내게 훨씬 더 친절했다.” – p. 133
점차 나는 훨씬 더 의미심장한 발견을 하게 되었다. 이 사람들이 또박또박 끊어지는 소리를 사용해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소통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 각각의 소리에 일치하는 관념들을 배우고 발음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말할 수 없이 기뻤다. – p. 148
자연의 매혹적인 풍경에 내 정신이 고양되었다. 과거는 기억에서 지워지고, 현재는 고요했으며, 미래는 희망의 밝은 햇살과 환희의 기대로 금처럼 빛나고 있었다. – p. 153
다행스럽게도 책들은 내가 오두막에서 배운 언어로 되어 있었다. <실낙원>과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한 권, 그리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다. – p. 171
힘차게 흐르던 강물은 얼어붙었다. … 아, 대지여! 내 존재를 탄생시킨 근원에 얼마나 자주 저주를 퍼부었는지 모른다! 본성의 온유한 기질은 사라지고, 내면은 온통 울분과 원한으로 화했다. – p. 187
“나처럼 추악한 모습을 한 이성 피조물을 요구하겠다. … 물론 우리는 세상과 단절된 괴물들로서 살아가리라. … 오! 창조주여, 나를 행복하게 해다오! 딱 한 가지 은혜를 베풀어 당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다오! 나도 내가 다른 존재의 마음에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광경을 보고 싶다! 내 청을 거절하지 말아다오!” – p. 195
“네놈은 내 창조주지만, 나는 네 주인이다. 순종하라!” – p.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