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게오르크 가다머(Hans-Georg Gadamer), 이길우 등 옮김, «진리와 방법1», 문학동네, 2012(2010).

원제: Wahrheit und Methode

자연과학의 귀납적인 방법으로는 사회적·역사적 세계에 대한 경험을 학문의 단계로 올려놓을 수 없다. … 분명한 것은 역사적 인식이 구체적인 현상을 일반적인 규칙의 사례로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p. 21

독일 고전주의 시대는 문학 및 미학적 비평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줌으로써 바로크와 계몽주의적 합리주의의 진부한 취미이상을 극복했을 뿐 아니라, 동시에 인간성의 개념, 즉 계몽된 이성의 이상에 근본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부여했다. 특히 헤르더는 계몽주의의 완벽주의를 ‘인간 형성’이라는 새로운 이상을 통해 제압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19세기에 역사적 정신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 p. 27

우리에게는 아직도 여전히 괴테의 세기가 동시대인 것으로 여겨지고, 반면에 바로크 시대가 마치 역사적으로 오랜 옛날의 시대처럼 생각되는 이 심대한 정신적 변화가 도대체 어떠한 종류의 것인가 하는 것은 교양의 개념에서 가장 명확하게 느낄 수가 있다. … 우리에게 익숙한 ‘Bildung’(교양)이라는 낱말의 내용에서… ‘자연적 형성’이라는 낡은 개념이 그 당시 거의 완전히 저 새로운 개념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교양은 이제 육성의 개념과 아주 밀접하게 짝을 이루며, 그것은 우선 자신의 자연적 소질과 능력을 계발하는 인간의 독특한 방식을 말한다. – pp. 28-29

… 빌헬름 폰 훔볼트 Wilhelm von Humboldt 는 그의 두드러진 특징인 섬세한 감각에 따라 이미 육성과 교양의 의미를 완전히 구별한다. … 여기에서 교양이란 육성, 말하자면 능력 혹은 재능의 계발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교양이라는 낱말의 이러한 격상은 오히려 고대의 신비주의적 전통을 상기시키는데, 이 전통에 의하면 신의 형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은 그 형상을 자신의 영혼 안에 지니고 있으며, 그 형상을 자신 안에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 p. 30

Bildung(교양)이 과정 그 자체라기보다는 오히려 생성 과정의 결과를 말한다는 사실은 이제 생성 werden 에서 존재 Sein 로의 통상적인 전이 현상과 일치한다. … 교양의 결과는 … 지속적인 형성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교양이라는 낱말이 그리스어 physis(자연)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교양은 자연처럼 자신의 밖에 있는 어떠한 목표를 알지 못한다. … 교양의 개념은, 비록 타고난 소질의 단순한 육성이라는 개념에서 파생했다 하더라도 이 개념을 능가한다. … 소질의 훈련과 배양은 목적을 위한 단순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어학 교재는 단순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 이에 반해 교양에서는 어떤 사람이 형성되게 하는 것 또한 전적으로 그 사람 자신의 것으로 습득되며, 이 점에서 교양이 수용하는 모든 것은 교양과 하나가 된다. – pp. 3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