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Святлана Алексіевіч), 박은정 옮김, «아연 소년들», 문학동네, 2017.

어머니들이, 그것도 바로 얼마 전에 아들의 시신이 담긴 차가운 아연관을 붙잡고 몸부림치던 그 어머니들이 학교들과 군사박물관을 찾아다니며 ‘조국 앞에 자신의 의무를 다하라’고 소년들에게 호소한다. -p. 25

- 카라반을 기다려요. 한번 매복을 나가면 보통이 이삼일이에요. 뜨거운 모래 속에 누워서, 필요하면 그대로 용변도 봐야 하죠. 그렇게 삼일이 지날 때쯤이면 거의 정신이 나가요. 증오심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라서 제일 먼저 나타난 대열에 미친듯이 총질을 하게 되죠. 총격을 마치고, 모든 게 끝난 후에야 깨달아요. 카라반은 그저 바나나와 잼을 운송중이었다는 걸요. 그래서 다 먹어치웠어요. 평생 먹고도 남을 그 많은 양의 단것을요…… – p. 33

내가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일은 늘 그렇듯 딱 한 가지다. 나는 (책에서 책으로 넘어다니며) 필사적으로 오직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린다. 역사를 사람의 크기로 작게 만드는 일. – p. 38

헬리콥터에 올랐다…… 하늘에서, 미리 준비해놓은 수백 개의 아연관들을 보았다. 아연관들은 햇빛을 받아 아름답고도 무섭게 빛났다. – p.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