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옹(해제), «훈민정음 해례본», 교보문고, 2015.

제자해

천지자연의 이치는 오로지 음양오행뿐이다. 곤괘와 복괘의 사이가 태극이 되고, 움직이고 멎고 한 뒤에 음양이 된다. … 정음이 만들어지게 된 것도 애초부터 지혜를 굴리고 힘들여 찾은 것이 아니고, 단지 말소리의 이치를 끝까지 연구한 것이다. – 140쪽

무릇 사람의 말소리는 오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 목구멍은 깊숙하고 젖어 있으니 오행으로는 물이다. … ‘어금니’는 어긋나고 기니 오행으로는 나무이다. … 혀는 재빠르게 움직이니 오행으로는 불이다. … 이는 강하고 단호하니 오행으로는 쇠이다. … 입술은 모난 것이 나란히 합해지니, 오행으로는 땅이다. – 141쪽

종성에 초성을 다시 쓰는 것은, 움직여서 양인 것도 하늘이요, 멈추어서 음인 것도 하늘이니, 하늘은 실제로는 음과 양을 구분한다 하더라도 임금이 주관하고 다스리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다. 한 기운이 두루 흘러서 다하지 않고, 사계절이 돌고 돌아 끝이 없으니 만물의 거둠(정)에서 다시 만물의 시초(원)가 되고, 겨울에서 다시 봄이 되는 것이다. 초성이 다시 종성이 되고 종성이 다시 초성이 되는 것도 역시 이와 같은 뜻이다. – 1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