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호프스태터, 〈괴델, 에셔, 바흐〉 읽기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R. Hofstadter), 박여성·안병서 옮김, «괴델, 에셔, 바흐», 까치, 2017.

요약/해설

“한마디로 GEB(이 책 ‘괴델, 에셔, 바흐’)는 어떻게 생명이 있는 존재가 생명이 없는 물질로부터 나올 수 있는지 이야기하려는 매우 개인적인 시도이다.” – 서문

저자가 밝혔듯, 이 책의 주제는 ‘물질이 어떻게 의식을 지닌 생명체가 될 수 있었는가?’란 물음에 대한 자신의 견해다.

“괴델, 에셔, 바흐”라는 제목을 먼저 살펴보자. 서로 연관성이 있다.
- 괴델은 불완전성 정리를 발표하여 모순이 포함되지 않은 체계는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
- 에셔는 시작과 끝의 경계가 모호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시작-끝-시작이 끝없이 회귀한다.
- 바흐의 변주곡(카논)은 첫 멜로디를 안고 반복하며 계속 상승한다.

물질은 어떻게 의식을 지닌 생명체로 도약했을까?
이것은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런 문제와 상통한다.

- 점은 언제 선이 될까, 선은 언제 면이 될까?
- 유한과 무한은 서로 어떻게 이어져있을까?
- 돌고래의 배아와 인간의 배아가 처음엔 같은데 언제쯤 서로 달라지는가?
- 과정은 연속된 것인가, 단절된 것의 정교한 배열인가?
- 양성자 수의 차이가 원소의 성질을 결정한다. 즉, 양이 질로 바뀐다.
- 물질은 특정 조건에서 에너지로 바뀐다.

세계에는 이분법으로 해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많이 일어나며, 이때의 역설은 언제나 세계의 본질과 연관된다. 이러한 근본 문제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역할이다.

제1장

서론을 읽고 나서 바로 만나는 거대한 장벽은 제1장 “MU-수수께끼”인데 일단 ‘MU’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다음 쪽으로 넘어가기가 힘들다. 다음 단락에 나오는 “MIU-체계” 역시 매우 낯설고 딱딱한 개념이라서 제1장 첫 쪽에서 좌절하고 독서를 포기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참고로 MU는 불교의 ‘무’를 일컫는다. ‘무’(없음)는 종교적이며 철학적인 심오한 주제라서 문자 예시로 ‘MU’ 두 글자를 택한 것이다. 저자가 불교적 깨달음(선불교)에 심취한 듯하다.)

MU-수수께끼란 무엇인가?

쉬운 사례로 빗대 설명해 보겠다. 끝말잇기 규칙은 ‘마지막 글자를 앞글자로 바꾸어 새로운 단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규칙을 지키면서 ‘한국’이라는 단어를 ‘일본’으로 바꿀 수 있을까? 언뜻 떠오르진 않지만 계속 하다 보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끝말잇기에는 규칙이 1개뿐이지만, MU-수수께끼는 4가지 규칙이 있다. 그리고 문제 역시 ‘한국’으로 ‘일본’ 만들기보다 풀기가 어렵다.

규칙은 4개다.

- 마지막 글자가 I라면 U를 추가 가능
- M 다음에 오는 글자를 반복 추가 가능
- III 이렇게 I가 세 번 반복되면 U로 대체 가능
- UU 이렇게 U가 두 번 반복되면 삭제 가능

MIU라는 글자를 위 4가지 규칙에 따라 이리저리 새로운 글자 조합으로 만들어 가다 보면 MU라는 글자 조합이 과연 나올까?

저자는 독자에게 직접 해보라고 권하지만 굳이 해보지 않아도 된다. 정해진 규칙들이 있구나… 저 규칙들을 이용하면 MIU라는 글자 조합을 MU로 고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도로만 정리해도 충분하다. 얼핏 보면 안 될 것도 없을 듯한데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중에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설명하기 위해 미리 그 분위기와 기본 구조를 독자에게 체험시키는 것이 저자의 목적이다.

불완전성 정리란 수학자 괴델이 발표한 이론으로서, 수학(논리학/수론)에서 자명한 몇 가지 단순한 규칙들을 철저히 지키면서 새로운 명제를 계속 만들어 가다 보면 참이지만 증명은 불가능한 어떤 명제가 나온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즉, 그 자체로 완결되고 완벽한 논리 체계는 없다(불가능)는 점을 입증했다. 달리 말해, ‘참’이라는 영역이 ‘증명’의 영역보다 훨씬 깊고 방대한 세계라는 점을 시사한다.

즉, 불완전성 정리는 단순하고 자명한 몇 가지 규칙에서 출발함에도, 도무지 해명할 길이 없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주어진 체계의 규칙을 잘 따르면서도 주어진 체계를 벗어나고 더 넓은 체계로 도약하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생명의 신비도 그런 메커니즘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제1장을 읽다가 어떤 구절에서 막히면 ‘불완전성 정리’의 커다란 얼개를 떠올리며 넘어가면 된다.

‘단순하고 자명한 것에서 복잡하고 불명확한 것이 나오게 된다.’

그러니까 제1장을 읽고 혼란스러움과 모호함에 사로잡힌다면 우리는 이 책을 잘 읽고 있는 셈이고, 제2장을 읽을 준비가 된 것이다.

제2장 “수학에서의 의미와 형식”

이 책의 주제는 “물질(무생물)에 어떻게 생명이 깃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풀고자 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 뇌 안의 화학 작용이 어떻게 ‘의식’(정신)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와 같다. 조금 더 확장하면 인공지능은 의식을 지닐 수 있을까? 하는 문제와도 상통한다.

제1장의 내용은 ‘단순한 규칙과 패턴으로부터 해명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모호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달리 말하면 어떤 체계 안에서 생겼는데 그 체계를 벗어나는 것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이 토대로 삼는 이론인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의 맛보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제2장 역시 “불완전성 정리”에서 괴델이 시도했던 방법에 대한 맛보기다. 제2장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한마디로, 일일이 다 확인하지 않고서도 어떤 명제의 참거짓을 판별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수학이 하는 일이다. 그 판별법은 내용보다는 형식에 달린 것이다.

예컨대 소수(1과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 자연수의 원소들)의 무한성을 유클리드(에우클레이데스)가 증명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N이라는 어떤 수가 있다.
1 x 2 x 3 x 4 x … 이렇게 N까지 다 곱한다.
그러고 나서 1을 더한다.
그러면 그 수는 2의 배수는 아니다. 2의 배수인 수보다 1이 많기 때문이다.
그 수는 3의 배수도 아니다. 3의 배수인 수보다 1이 많기 때문이다.
4의 배수도 아니다. 4의 배수인 수보다 1이 많기 때문이다.
… N의 배수도 아니다. N의 배수인 수보다 1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든 N보다 더 큰 소수는 존재한다. 증명 끝.

이 세상 모든 수를 일일이 점검하지 않아도 추론 형식의 타당성과 일관성만 갖고서 ‘모든 수에 해당하는 증명이 가능’하다.

능숙한 한국어 사용자인 우리는 아무리 새로운 문장들이 주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한국어인지 아닌지를 ‘전부’ 알 수 있다. 새로 만들 수 있는 한국어 문장은 무한하지만 유한한 형식의 타당성으로 그 무한한 경우의 수들을 모두 판정할 수 있다. 수학은 언어보다 그 형식을 더 뚜렷이 알 수 있다.

63쪽에 등장하는 “pq-체계”라는 것은 제1장에서 저자가 만든 “MIU-체계”와 마찬가지로 저자가 만들어낸 형식으로서, p와 q와 -이라는 세 가지 부호로만 이루어진 수학 명제들을 의미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덧셈을 더하기 부호나 등호 같은 것 대신 표현해본 것이다.

정리 하나를 예로 들면,

–p-q— 같은 것이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부호로 바꾸면 2 + 1 = 3)

정리란 자명한 공리를 활용해 증명한(도출된) 참인 명제를 의미한다. 올바른 추론에 따른 명제라고 이해하면 된다.

제2장에서 가장 헷갈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64쪽 아래서 8행에 해당하는 다음 구절이다.

–p—q-이 정리로 판명되면, –p—-q–도 정리이다.

일반적인 덧셈 부호로 대체하면 다음과 같다.

2 + 3 = 1 이 참인 명제라면 2 + 4 = 2 역시 참인 명제다.

이것은 우리가 아는 덧셈의 진리에 위배되는 것이라서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가 단서를 달아 두었다. “위의 진술은 두 문자열의 정리성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두 문자열 어느 쪽에 대해서도 단독으로 정리라고 단정하고 있지 않다.”

조금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대전제를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그 체계 내에서는 참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한다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2 더하기 3을 5라고 규정하지만, 평행 우주 중 어딘가에 2 더하기 3을 1이라고 정한 세계가 만일 있을 수 있는데, 설사 그렇다 해도 덧셈의 본질은 유지되기 때문에 그 세계의 덧셈 규칙으로는 2 더하기 4가 2가 된다는 말이다. 1이 더해졌으므로 1만큼 커지는 덧셈의 본질은 유지된 셈이다.

12 더하기 1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덧셈으로는 13이지만, ‘시계’라는 세계에서 12 더하기 1은 1이다. 즉 12시에 1시간이 더 지나면 1시다. 그러니까 우리도 은연중에 일반적인 덧셈과 다른 평행 우주의 다른 덧셈들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12월에 한 달을 더해도 1월이 된다. (12진법 체계)

형식 체계란 그런 것이다. 처음에 약속을 정한 다음에는 일관된 패턴으로 체계가 세워진다. 따라서 그 체계를 이해한 사람이면 누구나 구체적인 사례들을 일일이 검증하지 않고서도 형식에 맞는 건지 맞지 않는 건지 검증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에서는 그 이상을 다룬다. 주어진 체계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주어진 형식으로는 증명이 불가능한 참인 명제들 말이다.


인용

한마디로 GEB는 어떻게 생명이 있는 존재가 생명이 없는 물질로부터 나올 수 있는지 이야기하려는 매우 개인적인 시도이다. – 서문

GEB는 본질적으로, 자기성이 어떻게 발생하는가에 대해서 은유로서 이상한 고리를 제안한 긴 이야기다. – 서문

여기서 바흐는 “카논적인(canonica)”이라는 낱말을 “카논 기법을 써서”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가장 좋은 방법으로”라는 의미로 중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 9

바흐와 에셔는 하나의 주제를 음악과 미술이라는 두 개의 다른 ‘조성’으로 연주하고 있다. – 16

이상한 고리의 개념에는 무한성의 개념이 함축되어 있다. 유한한 수단으로 무한한 과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고리 말고 어떤 것이 있는가? – 17

괴델의 발견은 핵심을 놓고 보면 고대의 철학적 역설을 수학언어로 번역을 한 것이다. 그 역설은 이른바 에피메니데스 역설 또는 거짓말쟁이 역설이다. … “모든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다.” 이 명제를 좀더 예리하게 표현하면 “나는 거짓말을 한다” 또는 “이 명제는 거짓이다”이다. … 이것은 명제를 참과 거짓으로 나눌 수 있다고 통상적으로 가정하는 이분법을 위배하는 명제이다. – 19

괴델의 정리는… “수론의 무모순인 공리체계들은 반드시 결정 불가능한 명제를 포함한다.” 이것이 진주이다! …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의 증명은 자기-지시적인 수학적 명제의 작성에 의존하고 있다. … 언어에 대해서 언어로 말하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인 데에 반해 수에 대한 명제가 어떻게 자신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자기-지시적 명제에 대한 착상을 수론과 결부시키는 것만으로도 천재적인 발상이다. – 21

루이스 캐럴은 제논의 거북과 아킬레스를 나름대로 각색했는데… 캐럴의 대화에서 재치를 빼고 나면 심오한 철학적인 문제가 남는다: 언어와 사고는 형식적 규칙을 따르는가? 따르지 않는가? 이 문제가 이 책의 문제이다. – 63

알려진 두 구조 사이에 동형성을 인식하는 것은 지식에 중요한 진보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나는 동형성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사람들의 마음에서 의미를 창출해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68

해독을 진척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경험에서 우러난 추측을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다. 훌륭한 선택, 즉 “의미 있는” 해석을 선택했을 경우, 그 순간 갑자기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들면서 작업에 엄청 가속도가 붙는다. 곧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 – 69

통상적으로는 화성은 전경으로 의도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바로크 음악-특히 바흐-에서는 성부가 높건 낮건 아니면 가운데 성부이건 간에 다양한 성부들이 모두 다 “전경”으로 작동한다. 이런 점에서 바흐의 작품은 “재귀적”이라 할 수 있다. – 95

내가 보기에는, “무엇이 의식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핵심적인 요소는 의미의 밑바탕이 되는 “동형성”의 성격을 밝혀내는 것이다. – 111

평행선 공준은 다음과 같다. <직선 하나와 그 직선 위에 있지 않은 점이 하나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이 점을 지나고 아무리 연장해도 먼저의 직선과 교차하지 않는 직선은, 하나 오직 하나뿐이다.> 그러면 두 번째 직선은 첫 번째 직선과 평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그런 직선은 없다고 주장하면 타원 기하학에 도달하고, 그런 직선이 적어도 두 개는 있다고 주장하면 쌍곡 기하학에 도달한다. – 126

거북은 제논에 의해 고안되었다.
제논은 에그버트에 의해서 고안되었다.
에그버트는 거북에 의해서 고안되었다.

이 경우 개개의 명제가 참인지 또는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 확실한 것은 세 명제 모두 동시에 참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 형식체계의 모든 기호를 해석하지 않고도 내적인 모순성을 가질 수 있다. – 128

즉, 매우 질서 있는 방법으로 생성된 카오스이다. … 수학에서의 재귀의 경이로움은 셀 수 없이 많은데, 그것들을 모두 제시하는 게 내 목적은 아니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볼 때 특별히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상적인 보기가 한 쌍 있다. 이 둘은 모두 그래프이다. … INT의 그래프가 무한히 깊게 중첩되어, 오로지 자기 자신의 복제로서만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래프에서 아무 조각이라도 하나 집으면,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당신은 전체 그래프의 완벽한 복제 – 사실은 전체 그래프의 무한히 많은 복제 – 를 들고 있는 것이다. INT가 오로지 자기 자신의 복제로만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INT가 지속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할지도 모른다. – 185

그림 32. 함수 INT(x)의 그래프, 모든 유리수 값 x에서 불연속인 도약이 있다. – 186

의미는 메시지에 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면 … 의미는 언제나 정신 또는 어떤 메커니즘이 메시지와 상호작용해서 만들어내는 것인가? – 210

그것은 마치 한 음악작품에서 그 곡의 정서적 의미를 담고 있는 음표를 콕 집어내려는 것과 같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음표는 없다. 왜냐하면 정서적인 의미는 매우 높은 층위에서 곡 중에 커다란 ‘덩어리’가 떠맡고 있는 것이지 단 하나의 음표가 떠맡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덩어리들’은 서로 인접하는 음표의 집합일 필요는 없다. 연결되어 있지 않고 떨어져 있으면서 함께 어울려 정서적인 의미를 떠맡는 부분들도 있을 수 있다. – 212

물리학자인 에르빈 슈뢰딩거는 그의 영향력 있는 책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순전히 이론적인 근거로, 유전 정보는 “비주기적 결정(aperiodic crystal)” 속에 저장되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 222

실제로 모순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명확성과 진보의 주요 원천이며, 수학 또한 예외가 아니다. … 시간이 걸리고 일련의 오류 출발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결실을 맺을 것이다. – 264

대학교 1학년 때 … 이래로 삶의 선적인 측면과 씨름해왔고, 아마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선은 자기 고유의 특별한 의미와 선명함과 명확성을 가지고 있다. … 이상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바로 그것이 우리를 직접 괴델의 문제로 인도할 것이다. 선불교의 기본 교의 중의 한 가지는 선이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 선을 설명하려는 모든 노력은 완전히 시간 낭비처럼 보인다. … 선의 공안은 모두 말로 되어 있지만, 선 연구의 중심 부분을 이룬다. 공안 자체가 깨달음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아마 우리 마음속에 있는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메커니즘을 시동하기에 충분한 “방아쇠”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선의 태도는 말과 진리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거나 적어도 말은 진리를 포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 333

깨달음을 가장 간결하게 요약하면 아마 다음일 것이다: 이원론을 초월하는 것. 그러면 이원론은 무엇인가? 그것은 세계를 개념적으로 나누어 범주화하는 것이다. … 그러나 세계를 범주들로 쪼개는 것은 사고의 위층 훨씬 아래에서 일어난다. -339

“그것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그리고 말이 아니고는 그것을 표현할 수 없다.” – 341

… 활자형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 그것과 동형태의 수론 부분으로 전환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찾아낼 잠재력을 갖고 있다. … 괴델 수 매기기의 발견은 평면에서의 곡선들과 두 개의 변수를 가지는 방정식 사이에 동형성이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발견에 비유할 수 있다. 일단 그것을 이해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그리고 광대한 신세계가 펼쳐진다. – 356

… 현실에서 코드화되지 않은 메시지 같은 것은 없다. 단지 메시지가 좀더 친숙한 코드로 쓰였느냐, 아니면 덜 친숙한 코드로 쓰였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 코드를 해독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그 방법을 발견하고 나면, 메시지는 물처럼 투명해진다. 어떤 코드가 충분히 익숙해지면 그 코드는 더 이상 코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해독 메커니즘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그 결과 메시지는 곧 메시지의 의미와 동일시된다. – 361

… 구체적인 사건에는 생생함이 있어서 그것이 사건을 기억에 강력하게 각인시키므로 나중에는 어떤 점에서 그 사건과 비슷한 다른 사건들에 대한 모델로서 사용될 수 있다. 이처럼 구체적인 개별 사건 속에 유사한 사건들의 전체 부류라는 싹이 들어 있는 것이다. 구체성 속에 일반성이 있다는 이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 475

부류로부터 사례를 만들고 사례로부터 부류를 만드는 우리의 능력이 인간 지능의 토대를 이루는데, 이것은 인간의 사고와 다른 동물의 사고과정 사이의 커다란 차이들 가운데 하나이다. – 486

흥미로운 사실은, 기억으로부터 선율을 끄집어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성을 분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생일 축하”를 올림 바장조로 부르는 만큼이나 다장조로 부를 것 같다. 이것은 절대음이 아니라 오히려 음의 관계들이 저장되었음을 보여준다. – 491

옥스퍼드 대학교의 철학자 루카스는 1961년에 “마음, 기계 그리고 괴델”이라는 제목의 주목할 만한 논문을 쓴 바 있다. … [의식이 있는 존재가 뭔가를 안다고 말하는 경우, 우리는 그가 그것을 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가 그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과, 그가 그것을 안다는 것을 그가 안다는 것을 그가 안다는 것을 말한다. ... 여기에 무한성이 있음을 깨닫는데, 이 무한성은 나쁜 의미에서의 무한후퇴는 아니다.] – 526

의식의 역설은 의식이 있는 존재가 다른 사물들은 물론이고 자기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 527

그게 무슨 쓸모가 있지?
… 문제를 유한의 영역으로 옮겨놓았지. – 535

사그레도: … 모든 메시지는 우리가 판독의 열쇠를 쥐는 코드를 확립할 때까지는 무작위처럼 보인다는 것이지. … 그래서 자유로운 선택을 통하여 메시지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선택하는 거야. 이 관계없는 신호들은 우리의 메시지의 정확성을 제한하는 ‘배경 잡음’을 형성하지. – 555

… 괴델의 … 증명의 핵심에 자리잡은 두 가지 관건이 되는 아이디어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TNT의 다른 문자열에 대해서 말하는 것으로서 해석할 수 있는 TNT 문자열이 있다는 심오한 발견이다. 간단히 말해 TNT는 언어로서 “자기 성찰” 또는 자기-검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괴델수 매기기의 결과이다. 두 번재 아이디어는 자기-검토 특성이 전적으로 단 하나의 문자열에 집중될 수 있고, 그 문자열이 관심을 가지는 유일한 초점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 “초점 기법”의 정수는 칸토어의 대각선 논법에서 나온 것이다. 괴델의 증명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관심이 있으면, 내가 보기에는, 증명이 그 본질에서 이 두 아이디어의 융합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 598

우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뒤엉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조각들에 대해서 배우면서, … “도대체 이 조각들은 맨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했는가?”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당황스러운 질문이다. … 그러나 단순 분자들로부터 전체 세포들로 진행하는 부트스트랩은 우리의 상상력을 거의 넘어선다. 생명의 기원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핵심적인 질문들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질문에서는 발뺌을 한다. “유전자 코드는, 자신의 번역을 위한 메커니즘(리보솜과 tRNA 분자들)과 더불어, 어떻게 발원했는가?” – 748

번개처럼 계산하는 사람들의 계산 수행과정에 아무런 초자연적인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저 … 타고난 운동선수가 복잡한 동작을 빠르고 우아하게 해낼 때 가진 것과 같은 일종의 자신감을 가지고 계산의 여러 중간단계들을 거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776

우리가 괴델의 정리를 곧이곧대로 심리학의 언어나 다른 학문 분야의 언어로 번역하기보다는 은유로, 영감의 원천으로 사용한다면, 괴델의 정리는 심리학이나 다른 영역들에도 새로운 진리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괴델의 정리를 곧바로 다른 분야의 명제로 번역하고는 그것을 동등하게 타당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전혀 정당화될 수 없다. 수리논리학에서 극도로 정교하게 작업한 내용이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수정하지도 않고 성립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일 것이다. – 961

괴델의 정리에 대한 또 하나의 은유적 유사체는, 궁극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마음과 뇌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 962

우리가 자신의 얼굴을 자기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듯이, 우리의 완전한 정신구조를 그것을 실현하고 있는 기호들에서 반영할 수 없다고 기대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 963


수정되어야 할 부분:

64쪽 6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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