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호, «개념사란 무엇인가», 역사비평사, 2011.
“모든 언어는 역사적으로 조건 지어져 있고, 모든 역사는 언어적으로 조건 지어져 있다.” – 라인하르트 코젤렉
개념사는 언어와 정치·사회적 실재, 혹은 언어와 역사의 상호 영향을 전제한 채 이 둘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탐구하는 역사의미론의 한 분야이다. … 전통적 역사학에서, 언어는 단지 과거가 실제로 어떠했는가, 혹은 과거가 실제로 어떻게 변했는가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미론에 의하면, 오히려 언어가 과거의 실상, 다시 말해 역사적 실재를 구성한다. … 언어적 매개체 없이는 어떤 사건도 완성될 수 없고 어떤 정치·사회적 시스템도 존재할 수 없다. … 유물이나 유적 등의 비언어적 전승물도 결국 언어에 의해 구성되고 유의미하게 경험될 수 있을 뿐이다.
… 프랑스에서는 … 미셸 푸코 식의 담론 연구 및 이와 관련해 단어의 출현 빈도와 용법을 계량화하는 어휘통계학이 출현했다. 영국에서는 케임브리지 학파의 존 포콕과 쿠엔틴 스키너에 의해 … 정치 담론 연구, 그리고 가렛 스테드먼 존스의 정치 언어 연구가 특징적으로 이루어졌다. … 해석학의 전통이 강한 독일에서는 개념사가 발전했다. … 역사의미론으로서의 개념사를 본격적으로 체계화한 것은 라인하르트 코젤렉이었다. … 이념이나 개념은 역사 세계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 역사 세계를 구성하면서 이것들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그의 강조점이었다.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