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공진호 옮김, «소리와 분노», 문학동네, 2014(2013).

일순간 벤은 전적인 단절감에 휩싸이며 울부짖었다. 울부짖음에 울부짖음이 더해지며 그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숨을 쉴 틈도 두지 않았다. 거기에는 경악 이상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공포였다. 충격이었다. 눈이 없고 혀가 없는 고통이었다. 그것은 오로지 소리였다. – 419


해설

동일한 주요 사건은 네 장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화자에 의해 구성된다. 기억의 반복, 그것은 네 명의 화자에 의해 서술된다. … 백치인 벤지 섹션에서 작가의 전지적 시점으로 서술되는 마지막 장 딜지 섹션으로 가는 과정은 ‘닫힌 영역’에서 ‘열린 영역’으로의 이행, “어둠에서 밝음으로의 이행이라고 할 수 있다. … 포크너는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스스로 그 의미를 이해하기를 강요한다.” … 원문의 벤지 섹션에서 단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이 넘는다. 단문들은 종속절로 구성되지 않고 등위접속사 ‘and’로 병렬 배치된다. 이로써 주절과 종속절 사이에 논리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뿐더러 그 중요성의 차별도 두지 않는 것이다. … 벤지는 합리적인 텍스트를 구성하지 못한다.

… <소리와 분노>는 무엇보다 언어 자체에 치중한다. 작가가 청각적인 것을 시각적인 것으로 전환하면 독자는 그것을 읽고 청각적인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 … 벤지 섹션의 인용된 대화에서 의문, 감탄 부호의 부재는 감정의 무화를 나타낸다. … “퀜틴의 절망적인, 끊임없는 상념은 벤지의 신음, 울부짖음이 언어로 표현된 것이다. … 마지막에서 두번째 단락에 이르러서는 그렇게 해체된 파편적 문장에 일인칭 주어마저 소문자로 표기되어 … 자아를 상실하고 서술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점을 나타내 내용과 형식의 절묘한 결합이 절정에 달한다. … 제이슨의 세계는 벤지나 퀜틴과는 달리 감각이나 관념에 기초하지 않는다. 그의 세계는 논리의 세계, 인과와 손익의 세계다. 그는 무엇이든 계산한다.

… 제목 ‘소리와 분노’는 무의식중에 떠오른 것이라고 밝힌 포크너는 … 멕베스의 유명한 독백이 이 소설에 아주 “적합할뿐더러 오히려 더 낫다”고 말했다. 이 독백은 또한 <소리와 분노>의 주요 모티프 중 하나인 ‘그림자’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 벤지의 울부짖는 “소리”는 “고통과 공포, 혼란이 뒤섞인 획일적인 것”, 언어가 없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