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바르트(Karl Barth), 김장생 옮김, «이해를 추구하는 믿음», 한국문화사, 2013.
원제: Fides Quaerens Intellectum: Anselms Beweis der Existenz Gottes im Zusammenhang seines theologischen Programms
안셀무스의 <프로슬로기온>은 전반부는 짧고 후반부는 긴, 비대칭적인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서는 신의 실존에 대한 증명을, 후반부에서는 신의 본질을 다룬다. … “저에게 우리가 믿는 것처럼 당신이 존재하시며, 당신이 바로 우리가 믿는 그분임을 이해하게 해주십시오.” … 안셀무스가 ‘증명하다’라 부르는 것의 일반적 의미를 분명히 알아야 비로소 그가 논하는 것의 의미를 알 수 있다. … 안셀무스가 의도한 일에 대해 그 자신이 붙인 명칭은 ‘증명함’이 아닌 ‘이해함’이다. 이해할 수 있어야 증명할 수도 있다. … 안셀무스의 특정한 주장의 타당성은 그것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이들과의 대립을 통하여 확고해진다는 것이다. … 어떠한 의미에서 그가 이 단어를 사용하고, 무엇을 의도하고 의도하지 않았는가는 그의 신학 체계 내에서 ‘이해’에 대한 사유를 자세히 분석한 다음에야 분명히 알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 서론
우리는 무엇보다도 안셀무스가 절대 이러한 ‘이해’의 결과만을 의식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해’를 할 때, 그것은 기쁨을 가져다준다. 안셀무스가 염두에 둔 것은, 이미 초대 교부들도 그들의 믿음의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신도에게 기쁨을 주는 글을 썼다는 사실이다.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