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윌첵(Frank Wilczek), 박병철 옮김, «뷰티풀 퀘스천», 흐름출판, 2018.

원제: A Beautiful Questions

자연이 대칭성과 경제성에 기초하여 작동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행운이다. … 대칭성을 가진 물체는 일부만 봐도 전체 형태를 (정확하게) 유추할 수 있으며, 물체의 거동 방식을 잠시만 들여다봐도 향후 운동을 (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연의 대칭과 경제성은 우리가 찾는 아름다움의 원천인 셈이다. – 41

… 천문학자들은 이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행성의 원형 궤적을 원궤도에 끼워 넣고, 또다시 원궤도를 끼워 넣기를 반복했다. … 인공적인 수정이 가해지면서 모형은 지나치게 복잡해졌고 처음에 기대했던 순수함과 아름다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름다움과 진실 중 하나만 가질 수 있을 뿐, 둘 다 가질 수는 없었던 것이다. – 103

지평선은 무한히 먼 거리에 있는 점들을 모아놓은 특별한 선이다. – 106

플라톤이 말한 대로 우리는 훈련과 상상을 통해 동굴을 탈출할 수 있다. – 110

하늘을 보면서 기어가는 개미는 구덩이에 빠지고, 땅 위의 세세한 지형에 신경 쓰면서 날아가는 새는 절벽에 부딪힐 것이다. ‘정확성’과 ‘목표’도 이와 비슷한 대립관계에 있다. 정확성을 추구하면 오직 진실만 말해야 하고, 과학의 궁극적 목표를 추구한다면 할 말이 매우 많아진다. – 116

연금술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는 임의의 원자를 다른 종류로 바꾸는 ‘철학자의 돌’을 찾는 것이다. – 137

나는 이 방정식을 접할 때마다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져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아름다움과 균형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모든 예술 작품이 그렇듯이, 어떤 대상의 아름다움은 설명하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훨씬 쉽다. – 164

대기가 움직이는 현상을 흔히 ‘바람’이라고 하는데, 바람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풍향계나 구름 또는 바람에 날리는 낙엽 등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 – 170

라디오를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텅 빈 공간이 실제로 비어 있지 않으며, 유동체를 비롯한 온갖 가능성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 헤르츠는 …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맥스웰 방정식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아름다운 글을 남겼다. // … 이 방정식들은 우리보다 현명하고 발견자보다 현명하여, 입력보다 많은 출력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 185

맥스웰은 자신이 정리한 방정식 세트를 분석하던 끝에 ‘빛=전자기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맥스웰 시대의 물리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이 빛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 맥스웰 방정식은 빛의 영역이 가시광선보다 훨씬 넓다는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 … 가시광선은 진동수 영역에서 무한히 넓게 퍼져있는 전자기파 연속체의 일부였던 것이다. … 라디오파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고 진동수는 작지만 여전히 ‘빛’의 일부이다. … 라디오파보다 파장이 짧은 영역으로 가면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감마선 등이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이 모든 ‘빛’들이 순수한 이론을 통해 예측된 후 현대 통신기술의 초석이 되었다는 것은 많은 내용을 시사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맥스웰 방정식에서 비롯되었으니, 그 파워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 186

물리학은 맥스웰 방정식의 대칭으로부터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실험을 통해 방정식을 이끌어낸 후 그 안에서 대칭을 찾는 대신 다양한 대칭을 보유한 방정식을 먼저 상정한 후 ‘자연이 정말 그런 방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 방식이 새로 도입된 것이다. 물론 이 방식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 189

… 유한과 무한을 결합하는 데 힘써야 한다. 단명할 존재라며 자신을 가볍게 여겨도 안 되고, 시간의 신비를 영원히 밝히지 못할 것이라며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 219

좋은 과학이 되려면 거대한 통합으로 가는 경우와 지엽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유리한 경우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설명하는 ‘무언가의 이론(theory of something)’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 237

원자가 방출하는 빛을 관측하면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있다. 이것을 해당 원자의 스펙트럼이라 한다. – 238

간단히 말해서 아름다운 방정식은 틀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 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