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박병철 옮김,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1», 승산, 2017(2004).

원제: The Feynman Lectures On Physics (1961~1962)

만일 기존의 모든 과학적 지식들을 송두리째 와해시키는 대재앙이 일어나서 다음 세대에 물려줄 과학적 지식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해야 한다면, 그 문장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내 생각에 그것은 아마도 ‘원자 가설’일 것이다. 즉,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영원히 운동을 계속하는 작은 입자로서 거리가 어느 정도 이상 떨어져 있을 때에는 서로 잡아당기고, 외부의 힘에 의해 압축되어 거리가 가까워지면 서로 밀어낸다’는 가설이 그것이다. 여러분도 앞으로 알게 되겠지만, 이 한 문장을 놓고 약간의 사고와 상상력을 동원하면 거기에는 이 세계에 대한 엄청난 양의 정보가 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1-3

서로 다른 법칙들을 성공적으로 통합했던 대표적인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열과 역학. 언뜻 보기에 이들은 비슷한 점이 거의 없다. 그러나 역학으로 서술되는 원자의 운동이 격렬해질수록, 이 원자들로 이루어진 계는 더욱 많은 양의 열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열을 비롯한 모든 온도 효과는 역학적 법칙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전기와 자기 그리고 빛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한 것도 위대한 성공 사례이다. 겉모습이 전혀 다른 이들은 동일한 실체의 각기 다른 단면임이 밝혀졌으며, 그 실체는 ‘전가기장’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 2-3

이 강의의 목표는 완성된 퍼즐의 모양을 짐작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원리를 이용하여 ‘현재 통합 작업이 어디까지 진행되어 왔으며, 기초적인 자연 현상에 대한 이해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것은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잇다. “사물을 이루는 구성 요소는 무엇이며, 이 구성 요소는 얼마나 많은 종류를 갖고 있는가?” 물론 우리는 그 수가 적기를 희망한다. – 2-4

… 파동들은 전혀 파동답게 행동하지 않는다. 진동수가 높아질수록, 파동은 입자를 닮아가는 것이다! 1920년대 초기에 탄생한 양자 역학은 바로 이 신기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 2-9

… 천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은 우주 내의 모든 별들이 지구에 있는 원소들과 동일한 종류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아낸 것이다. –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