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구, «만국공법», 소화, 2014.

휘튼이야말로 유럽 문명권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합리화하는 국제법 이론가였기 때문이다. … 휘튼에 의하면 국제법이란 유럽과 기독교의 산물이며 문명 기독교 국가들의 법이어서 보편성이 없음을 그 누구보다 강조하고 있다. 유럽 공법이 문명국의, 기독교 국가의 법이라는 19세기 유럽 공법학의 특징을 휘튼은 더욱 발전시켰다. … 휘튼은 헤겔의 견해를 국가 승인설에 접목시켰다. … 국가는 절대적 존재인데 그런 절대성은 다른 절대적 존재들에 의해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 문명제국의 세계 확장을 선전한 대표적인 그의 <국제법 원리>가 마틴이 한역하여 동양 3국에 전파되면서 동양 지식인에게 널리 유행한 것은 이율배반적인 역사적 사실이다. – 61~65

마틴의 번역이 지닌 또 다른 문제는 그가 원전의 경우보다 국제법의 자연법적인 성격을 더욱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마틴은 목사로서 기본적으로 자연법주의자이며 … 공법의 기준은 이성과 정의라는 점을 강조하고 국가 의사 위에 상위 질서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점이 자연법적인 전통을 지닌 동양의 법의식에도 합당하였고 서양 국제법에 대하여 호감을 갖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 73

[1880년] … 9월 6일 황쭌센이 … 김홍집을 예방하고 자신이 쓴 <조선책략>을 전달하였다. .. 러시아의 위험을 예방해야 된다는 방아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세계정치 질서에서 본다면 한반도가 영국의 세력 범위에 속해야 되고, 동북아 지역의 정세로 보면 동북아 3국이 러시아의 남하에 공동 대처해야 된다는 논리이다. 러시아의 이런 위험에 대처하는 길을 중국과 친하고, 일본과 결합하며, 미국과 연결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