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용(洪大容), 문중양 역해, «의산문답», 아카넷, 2019.

원제: 醫山問答 (1766)

<해제>

홍대용은 18세기 조선의 지배 세력이던 노론계의 명문 집안 출신이다. … 특권적 삶과 특혜를 누리며 큰 고난 없이 일생을 살았다. … 홍대용은 관료도 아니면서 북경 사신행의 일원으로 북경에 갔다 왔다. … 서장관이던 숙부 홍억의 자제군관 자격으로 북경 사신행에 들어가는 행운을 거머쥐었던 것이다. – 12

<의산문답>은 … 초고 그대로가 아니라 교열을 거쳐 연활자로 경성의 신조선사라는 근대식 출판사에서 간행해 세상에 알려졌다. – 18


… 허자는 큰 기대를 걸고 간 북경에서도 자기를 알아주는 이가 없음을 통감하고, 세속을 떠나 은둔하리라 맘먹고 귀국길에 올랐다. … 허자가 향한 곳은 ‘의무여산’이다. 의무여산은 … 고대부터 영묘한 산으로 여겨왔다. – 31

수십 리를 가니 … ‘실옹이 사는 집 문’이라 적혀 있다. … 반드시 세상을 피해 숨어 사는 선비가 살고 있을 것이다. … “내가 ‘허’로 호를 지음은 천하의 실함을 헤아리고자 함이요, 저분이 ‘실’로 호를 지음은 천하의 허함을 깨트리고자 함이리라. … – 35

“… 그대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허자가 말했다. “현자임을 알 뿐, 선생니 누구인지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거인이 말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내가 누구인지 모르면서 내가 현자인지 어찌 알았단 말인가?” … 심하도다, 그대의 헛됨이여. – 36

넓고 휑한 ‘태허’에 가득 찬 것은 기일 뿐이다. (태허는) 안도 없고 바깥도 없으며,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 63

… 월식이라는 것은 땅의 거울이다. 월식을 보고도 땅이 원형임을 모르면 이는 거울에 비친 얼굴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어리석지 아니한가? –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