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 “사랑해서 그래” 뮤비 속 장소를 찾아서

다비치 강민경의 솔로 앨범 타이틀곡인 “사랑해서 그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노래뿐 아니라 음악 속 풍경에도 눈길이 갔습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촬영을 교토에서 했다고 하네요. 교토는 저도 몇 번 가 본 적 있는 곳이라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문득, 사진 속 저곳은 어딜지 궁금해졌습니다. 촬영 장소를 알아내려면 단서가 필요합니다. 아름드리는 아니지만 제법 큰 나무가 있습니다. 언뜻 보이는 열매들과 잎새 모양으로 보건대 감나무 같습니다. ‘철길 옆 커다란 Y자 모양 감나무’, 중요한 단서죠. 나무 아래로 민트색 같기도 하고 회색 같기도 한 벤치 두 개가 있고, 왼쪽 중간쯤에는 손으로 쓴 듯한 안내문 같은 것이 걸려 있습니다. 안내문을 확대해 보니 쓰레기 버리지 말라는 내용이라서 촬영지를 찾는 데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지만, 또 모르죠. 뒤쪽에는 집이 보이는데 너무 평범해서 뭔가 단서가 될 구석을 찾기가 어렵네요. 이곳이 철길 옆이라는 것이고 지금 기차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실마리 삼아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기차를 유심히 보면 위쪽에 ‘IHAN’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교토에서 ‘-IHAN’으로 끝나는 철도 노선은 ‘KEIHAN’(게이한) 선입니다. 단서가 조금 더 드러났습니다. 게이한 선이 지나는 장소겠죠. 그런데 게이한 선이 닿는 지역이 너무 넓어서 촬영 장소를 짐작하는 것은 아직 무리입니다. 열차의 모양이나 디자인이 또 하나 단서가 되지 않을까요? 열차 옆을 보면 파란 줄이 그어져 있고 정면에는 두 줄이 되죠. 게이한 전철 중 이 디자인의 열차가 운행되는 노선을 검색하니 ‘에이잔전철‘(叡山電鉄)이라고 나옵니다. 이제 촬영 장소를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에이잔전철은 ‘북쪽의 ‘구라마 선’과 남쪽의 ‘에이잔 본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구라마 선은 산악 지역이나 인적 드문 곳을 많이 지나는데 비해, 에이잔 본선은 상대적으로 주거 지역을 더 많이 지나죠. 촬영 장소는 에이잔 본선이 지나는 지역에 있을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 추정해 봅니다. 운 좋게도, 에이잔 본선에 뮤비 장면 속 열차와 디자인이 같은 열차가 운행되고 있는 걸 알아냈습니다. 운행 열차는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니고 다양했습니다.

구글과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니 ‘철덕’의 나라답게 에이잔 본선의 이쪽 종착역(데마치야나기, 出町柳)에서 저쪽 종착역(야세히에잔구치, 八瀬比叡山口)까지 열차가 운행되는 모습을 촬영한 사람이 있더군요. 이제 열차를 탔으니, 주위만 잘 살피면 결정적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분 45초쯤부터 유심히 보면, 왼편으로 아까 그 나무와 모양이 비슷한 나무가 보입니다. 건너편 집도 얼핏 비슷해 보입니다.


인물들 쪽에 가까운 방향으로 열차가 지나가고 있었으니 진행 방향도 왼쪽 선로가 맞습니다.

데마치야나기 역을 출발했던 열차는 첫 정차역인 모토타나카 역에 도착합니다. 그러면 촬영 장소는 출발역인 데마치야나기 역과 모토타나카 역 사이에 있겠네요. 확인차, 반대 방향에서 오는 영상도 확인해 보았습니다. 나무가 열차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보입니다.

이제 구글 지도를 열어서 스트리트 뷰를 확인할 차례입니다. 정거장 사이 거리가 3분이고, 데마치야나기 역에서 출발한 지 1분 45초 남짓에서 나무가 보였으므로, 대략 절반을 지난 어드메겠지요.

모토타나카 역에서 데마치야나기 역(구글 지도에는 ‘데마에야나기 역’으로 나옴) 방향으로 거슬러 가 봅니다. 선로 오른쪽 길로 천천히 직진합니다. 혹시 지나칠세라 꼼꼼하게 훑습니다. 걷고 또 걷다보니 드디어 나무가 보입니다.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를 찾은 것 같지요? 큰 Y자 모양 감나무, 민트색 벤치, 건너편 집도 똑같네요. 구글 스트리트 뷰에 보이는 2016년 모습에 비해 뮤비 속 감나무가 많이 굵어지고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손으로 쓴 쓰레기 투기 경고 안내판이, 촬영 장소가 맞다고 확인시켜 주는 듯합니다. 문구를 번역하면,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불법투기는 범죄입니다. 방범 카메라가 보고 있습니다. – 주민회(주민일동)” 정도 될 듯합니다.

음악 잘 감상했습니다. 음악 속 장소를 찾아가는 즉흥 여정도 재미있었습니다. (끝)

* 곽재식 작가님 “과학의 사람들, 격동 500년”에 영감을 받아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