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 «책 읽기의 끝과 시작», 라티오, 2020.

* 자신이 읽은 책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하고 읽으면 된다는 것이다. …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텐데, 이것은 서평 쓰기로 이어진다. … 사적인 책읽기가 공적인 책읽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10

브로델은 역사학자이다. 그가 말하는 법칙은 ‘역사적 법칙’이다. 역사적 법칙은 특정한 시기에만 해당한다. – 26

* 원고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집약하여 독자에게 전체 내용을 규모 있게 전달하는 ‘차례’ 또한 책의 수준을 짐작하게 해 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 / … 차례는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종결점이다. … 서문도 마찬가지다. 그런 까닭에 차례의 제목들과 서문만 가지고도 책 전체 내용을 집약해서 설명할 수 있다. – 28 / 30

* 차례와 대조해 가면서 서론을 읽는 것은 책읽기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 32

* 책을 읽을 때에는, 책을 읽고 있는 자신과 그러한 자신을 바라보는 스스로를 분리하는, 이른바 ‘자아의 분열’을 가끔씩 시도해야만 한다. 책에 지나치게 몰두하기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 56

… 학문의 세계에서는 쓸데없는 트집잡기처럼 보이는 의견이라 해도 일단 받아들여서 검증하는 공교적 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다. – 65

* 또한 책 읽는 힘이 늘어났음을 확인해 보는 방법 중의 하나는 예전에 읽었던 책을 예전과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다시 읽어 보는 것이다. – 66

* ‘좋았다, 싫었다’라는 말은 책에 대한 평가어가 될 수 없다. … 권유의 말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 79

* 책을 읽은 후 자신이 서평으로 쓰고자 하는 바를 세 문장으로 정리한다. … 정리된 세 문장은 가장 넓은 범위에서 차례로 좁은 범위로 좁혀지게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 문장을 첫 단락에 적는다. 그런 다음, 둘재 단락에는 첫 문장의 내용을, 셋째 단락에는 둘째 문장의 내용을, 넷째 단락에는 셋째 문장의 내용을 설명하여 적는다. 둘째, 셋째, 넷째 단락을 같은 분량으로 맞추면 서평의 형식미가 더해질 것이며 글을 절제해서 쓰는 훈련이 된다. 마지막 다섯째 단락은 첫째 단락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같은 분량으로 세 문장으로 쓰는 것이 좋다. 첫 문장은 자신이 앞에 쓴 내용 전체를 집약한다. 이는 첫째 단락에 세 문장으로 적은 것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는 것이다. 둘째 문장은 책을 읽으면서 가지게 된 생각이나 저자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반대 의견 등을, 마지막 문장은 이 책을 읽은 다음에 어떤 주제로 확장된 읽기를 할 것인지, 남은 문제는 무엇인지 등을 적는다. – 79

* … <공산당 선언>과 같은 선언문은 역자 후기도 선언문 형식으로 쓰고, <포이어바흐와 독일고전철학의 종말>은 학술 팸플릿이므로 역자 후기도 그러한 방식으로 쓴다면, 저자에 대한 옮긴이의 존중이 드러나기도 할 것이다. – 98

… 헤겔은 완결된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학적인 요구에 굴복한 나머지 종착점을 설정했고 그로써 변증법과의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 포이어바흐는 “자연과 인간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의 종교적 환상이 조작해 낸 더 높은 존재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본질의 환상적 반영일 뿐”임을 폭로한다. 그러나 엥겔스가 보기에 이러한 통찰만으로는 헤겔철학을 진정으로 극복할 수 없었다. – 108

… “노동자가 자신의 생산물에서 외화된다는 것은 … 그가 대상에게 부여했던 생명이 그에게 적대적이고 소원한 것으로 대립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소외’는 시대의 특징이고, 모든 사회적 생산물에, … 모든 활동에 배태되어 있다. 단적으로 말해 19세기 이래 문학의 주제는 소외와 그것의 변주이다. … 발자크와 플로베르에게 ‘자연주의자’라는 명칭을 붙인다 해도 그 자연은 음풍농월의 바람과 달이 아니다. … 이 세대들에게 특히 중요해진 현실의 영역을 목표로 삼는다. – 135

기존의 철학 사상에 있어 절대적인 것이 무한자는 유한자와 대립되는 것이었다면, … 유한자를 매개로 함으로써 비로소 성립하는 무한자는 헤겔 철학 특유의 것이다. – 144

<정신현상학>은 감각적 확실성에서 시작하여 절대적 지에 이르는 인간의 의식의 전개 과정을 보여 준다. – 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