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실리오 피치노(Marsilio Ficino), 조규홍 옮김, «사랑에 관하여», 나남, 2011.

… 이 같은 어두운 숲속을 벗어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신의 섭리가 빚어내는 최고의 사랑은 일찍이 우리 안에서 실종된 바른 길로 우리를 인도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에 가장 순결한 한 여사제 디오티마를 보내셨습니다. 신에게서 파견된 그녀는 온갖 사랑에 취해있던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발견하고, 그 뜨거운 열망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최악의 상태에 떨어질 수 있으며, 또 [반대로] 어떤 경로를 통해서 최선의 상태에 오를 수 있는지 그에게 분명하게 일러주었습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이런 거룩한 (사랑의) 신비를 우리의 플라톤에게 밝혀주었습니다. 다른 이들보다 더욱 경건했던 철학자 플라톤은 즉시 그리스인들을 치유할 목적으로 한 권의 책을 저술했습니다. 나도 라틴어를 아는 사람들을 치유할 방책으로 그리스어로 된 플라톤의 책을 라틴어로 번역하였고… 플라톤의 신비에다 나의 주해를 덧붙여서 라틴어에서 토스카나어로 번역하였습니다. – 11

플라톤은 … <티마이오스>에서 카오스에 대해… 기술하면서 그 안에 에로스의 자리를 정해줍니다. 플라톤주의자들은 카오스를 ‘형상을 갖추지 않은 세상’이라 일컫고, 반면 세상을 ‘형상을 갖춘 카오스’라고 일컫습니다. – 29

… 비르질리우스의 시구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 신은 홀수를 좋아한다오. // … 신에게서 개시되어 세상으로 넘어갔다가 결국 신에게로 마감되는 하나의 연속적 이끌림이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앞서 머물렀던 동일한 자리로 되돌아오는 여정과도 같이 순환적입니다. 그것도 신에게서 세상으로, 다시 세상에서 신에게로 이어지는 하나의 동일한 순회로서 사람들은 그것을 삼중적 명칭으로 이야기합니다. – 42~43

… 사랑은 아름다움에서 출발하여 즐거움으로 갈무리됩니다. … “사랑은 선에서 나와 다시 선으로 계속 되돌아가려는 선한 순회다.” 필연적으로 사랑은 선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선에서 태어나 선으로 되돌아가야 하겠기 때문입니다. –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