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트 에코·리카르도 페드리가(편집), 윤병언 옮김,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현대편», 아르테, 2020.
피히테는 ‘자아’ 중심적인 사상과 의식의 형식적 특성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바탕으로 주체적이고 윤리적인 관념주의를 정립시켰고, 셸링은 자연, 예술, 신화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바탕으로 미학적 관념주의를 발전시키면서 인간이 예술적 직관으로 절대성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에 헤겔은 정신의 개념을 중심으로 그리스도교의 역사 및 그리스도교에 대한 철학적 재평가에 주목하는 관념주의를 발전시켰다. – 12
… <공산당 선언>은 문학적인 관점에서 혹은 적어도 이 글이 지니는 탁월한 논술적, 수사학적 구조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 저자들은 종말론적인 어조와 아이러니한 어조, 효과적인 슬로건과 명쾌한 설명을 번갈아 활용하는 재치를 보여준다. – 141
부르주아라는 마법사는 이제 그가 일깨운 지하세계의 저력을 다스리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변신한다. – 143
우리가 사유재산제도의 폐지를 원한다고? 바보 같은 소리! 그런 것은 존재하지도 않아. 인구 10분의 1에게만 있고 나머지 10분의 9에게는 없는 것을 어떻게 제도라고 말할 수 있는가! … 조국을 파괴한다고?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없는 조국을 어떻게 빼앗을 수 있는가? 우리는 오히려 이들이 승리를 거두고 국가를 설립하기 바란다. … “노동자들은 그들을 옥죄는 사슬 외에 잃을 것이 없다.” – 143
<공산당 선언>은 놀라운 비유로 번뜩이는 탁월한 시이며, 무엇보다 정치적 웅변의 걸작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저서는 셰익스피어의 안토니우스가 카이사르의 주검 앞에서 펼치는 연설이나 키케로의 <카틸리나 반박>과 함께 학교에서 꼭 가르쳐야 할 책이다. – 144
… 벤담은 단순한 이론가로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개혁운동에 참여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치와 법률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19세기 초에 벤담은 ‘철학적 급진주의’를 대변하는 주요 지식인들 가운데 한 명이었고 이들과 민주주의 정치 개념을 공유했다. – 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