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퀴디데스(Θουκυδίδης), 천병희 옮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숲, 2013(2011).

이번 전쟁에서 죽은 최초의 전사자들을 위한 장례식에서는 크산팁포스의 아들 페리클레스가 연설하도록 선출되었다. …

“… 행동으로 용기를 보여준 사람들에게는 행동으로 명예를 높여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미덕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한 사람이 연설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좌우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이런 연설을 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우리 선조가 인정한 만큼, 나도 당연히 관습에 따라 여러분 각자의 소망과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나는 먼저 우리 선조에 관해 언급하려 합니다. … 우리가 자유국가를 물려받은 것은 그분들의 용기 덕분입니다… 우리 아버지들은 더욱 칭찬받을 만합니다. … 대부분의 분야에서 제국의 힘을 강화하고 모든 면에서 도시를 정비하여 전시에나 평화 시에나 완전히 자족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우리는 남을 모방하기보다는 남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소수자가 아니라 다수자의 이익을 위해 나라가 통치되기에 우리 정체를 민주정치라고 부릅니다. …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합니다. … 도시를 위해 좋은 일을 할 능력이 있다면 가난 때문에 공직에서 배제되는 일도 없습니다. 우리 도시는 온 세계에 개방되어 있으며… 외국인을 추방하곤 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비밀 병기 따위보다는 우리 자신의 용기와 기백을 더 믿기 때문입니다. … 라케다이몬인들은 어릴 적부터 용기를 북돋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지만, 우리는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면서도 그들 못지않게 위험에 맞설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 우리는 혹독한 훈련에 의해서가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강요에 따른 용기보다는 타고난 용기로 자발적으로 위기에 맞서는데… 이것이 우리 도시가 칭찬받아 마땅한 한 가지 이유입니다.”

“… 우리는 고상한 것을 사랑하면서도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으며, 지혜를 사랑하면서도 문약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부는 행동을 위한 수단이지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가난을 시인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가난을 면하기 위해 실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진정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곳에서 정치가들은 가사도 돌보고 공적인 업무도 처리하며…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자들을 비정치가가 아니라 무용지물로 간주합니다. … 간단히 말해 우리 도시 전체가 헬라스의 학교입니다.”

“… 국가가 이분들의 자녀를 어른이 될 때까지 국비로 부양할 것입니다. … 용기에 가장 큰 상을 주는 도시에는 가장 훌륭한 시민들이 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각자 친척을 위해 충분히 애도했으니 이제는 이곳을 떠나도록 하십시오.” – 167~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