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주순애 옮김, «파리는 날마다 축제», 이숲, 2015(2012).
원제: A Moveable Feast (시기가 정해진 축제가 아닌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열리는 ‘움직이는’ 축제)
‘네가 할 일은 진실한 문장을 딱 한 줄만 쓰는 거야. 네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 한 줄을 써봐.’ 그렇게 한 줄의 진실한 문장을 찾으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었다. … 수사적인 표현이나 과장된 문장들을 다 지워 버리고, 내가 쓴 첫 번째의 간결하고 진솔하며 사실에 바탕을 둔 문장을 출발점으로 삼아 다시 썼다. 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만 글을 쓰기로 작정했다. … 그것은 엄격하고 유용한 나만의 글쓰기 원칙이 되었다. – 18
세잔의 그림들은 내가 원하는 수준의 작품을 쓰려면 간결하고 진솔한 문장을 구사하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세잔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잘 설명하기에는 내 표현력이 부족했다. – 19
그녀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그림을 살 수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누구나 옷과 그림 중 어느 한 가지는 살 수 있어.” 그녀가 말했다. “방법은 간단해. 아주 부자가 아니라면 아무도 두 가지를 다 살 수는 없어. 옷차림이나 유행에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사는 거야. 그렇게 절약한 돈으로 그림을 살 수 있지.” – 23
비록 덧없는 봄이라도 일단 오기만 하면 어디서 그 행복을 가장 잘 누릴 것이냐는 것이 내 유일한 관심사였다. … 봄처럼 좋은 몇몇 사람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대체로 내 행복에 걸림돌이 되었다. – 47
파리에서는 충분히 먹지 못하면 몹시 허기가 진다. … 늘 먹을 것이 눈에 보이고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 아무도 사주지 않는 글만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와 점심을 먹으러 간다고 집에 말하고 나왔을 때 가기에 딱 좋은 장소는 뤽상부르 공원이었다. … 음식이 전혀 눈에 띄지 않고, 냄새도 전혀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