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장희창 등 옮김, «색채론», 민음사, 2020(2003).

하이젠베르크는 1941년 부다페스트의 한 강연회에서 발표한 논문 <현대 물리학의 관점에서 본 괴테와 뉴턴의 색채론>에서 … 물리학의 발전에 있어서 승리를 거둔 것은 뉴턴의 색채론이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점점 더 심화되어 가는 자연과학의 추상화는 뉴턴에 대한 괴테의 그 유명한 투쟁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면서 괴테 색채론의 현대적 의미를 되새긴다. … 근대 자연과학의 커다란 오류 중의 하나는 현실을 객관 세계와 주관 세계로 완전히 나누어버린 데에 있다. – 19, “역자 서문”

하이젠베르크는 이처럼 자연적인 삶에서 벗어나 추상적인 인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몸을 파는 것에 비유하면서, 근대 이후의 자연과학의 발전을 따르고 있는 과학자들이 악마를 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 20, “역자 서문”

스위스의 동물학자 아돌프 포트만은 연극 무대를 비유로 들어 괴테의 색채론을 무대의 앞에서 보는 것, 뉴턴의 그것을 무대 뒤에서 보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 두 사고방식의 차이를 설명하기도 한다. – 21, “역자 서문”

색채론

색채는 빛의 행동, 다시 말해 빛의 행위이자 고통이다. 우리는 빛에 대해서도 이러한 의미로 동일하게 해명할 수 있다. 색채와 빛은 서로 간에 아주 엄밀한 비례 관계에 있긴 하지만, 우리는 양자를 전체 자연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바로 자연 자체야말로 색채와 빛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시각에 특별히 드러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 29


자연과학론

개별 생명체에서 우리가 부분들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전체로부터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그것들은 전체 속에서 또는 전체와 함께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 우리는 정신이라는 척도가 전체적으로 펼쳐진 상황을 충분히 조망하거나 파악한다면, 우리는 이때 받은 인상을 위대하다고 말한다. … 생동하며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들의 관계를 그 속에 갖고 있다. 그러므로 그것들이 개별적으로 혹은 다른 것들과 결합해서 우리에게 주는 인상이 오직 완전무결한 존재에서 유래할 때 우리는 그 인상을 진실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존재가 부분적으로 쉽게 파악될 수 있는 방식으로 한정되어 있고 또 우리가 그 존재를 파악하고 싶을 정도로 우리의 본성과 관계하고 있는 경우 우리는 그 대상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 310

생명이 있는 자연계에서는 전체와 관련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떻게 우리가 이 현상들, 이들의 연관을 발견하느냐 하는 것이다. – 321

나는 <아름다움이란 자유가 있는 완전함이다>라는 이념을 기관의 특성들에 적용해 보려고 한다. – 326

<판단력 비판>이 내 수중에 들어왔다. 이 <판단력 비판>으로 인해 나는 내 생애에서 아주 즐거운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 즉 예술의 산물들과 자연의 산물들이 동일하게 취급되어 있었고… 이 책의 주요 사상들은 지금까지의 나의 창작 활동, 행동, 사고 등과 전적으로 유사한 것이었다. – 335

자연! 우리는 그것에 둘러싸여 있고 또 휘감겨져 있다. … 자연은 새로운 형태들을 계속해서 창조한다. … 모든 것은 새롭지만 언제나 과거와 같은 모습이다. … 자연은 우리와 계속 대화를 나누지만 우리에게 자신이 지닌 비밀을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자연에 영향을 미치지만 자연을 제어하지는 못한다. 자연은 … 개체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자연은 계속해서 만들고, 계속해서 파괴한다. – 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