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홀트(Jim Holt), 노태복 옮김,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소소의책, 2021(2020).

… 아인슈타인은 프랑스의 저명한 수학자인 앙리 푸앵카레의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는 과학의 근본적인 세 가지 미해결 문제가 나와 있었다. … ‘광전효과’… ‘브라운 운동’… ‘에테르’에 관한 것이었는데… 과학계와 동떨어져 혼자 연구하던 무명의 특허사무소 신참 직원은 신속하게 세 가지 문제를 몽땅 해치웠다. – 20

… 괴델의 정리가 완전한 지식이라는 이 이상을 산산조각 내버린 듯했다. 하지만 괴델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수학에는 모든 논리체계를 초월하는 굳건한 실재가 깃들어 있음을 자신이 밝혀냈다고 여겼다. – 26

소수는 모두 몇 개인가? 이 질문은 기원전 3세기에 유클리드가 제기했으며, 답은 그가 쓴 『원론』의 ‘명제 20′에 들어 있다. 즉 무한히 많은 소수가 존재한다는 것. 이 명제에 대한 유클리드의 중명은 아마도 수학 역사상 최초의 진실로 아름다운 추론이다. 단 하나의 문장에 담을 수 있는 증명은 다음과 같다. 만약 소수의 개수가 유한하다면, 그 모든 소수를 곱한 다음에 1을 더하면 임의의 소수로 결코 나눌수 없는 새로운 수가 나올 것인데, 이는 가정에 반하므로 불가능하다. (이 새로운 수를 소수들의 유한한 목록에 있는 임의의 수로 나누면 1이 남는다. 따라서 그 수는 소수이거나, 아니면 원래 목록에 없는 어떤 수로 나눠질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원래의 유한한 소수 목록은 불완전함이 틀림없다. 따라서 어떤 유한한 목록도 모든 소수를 포함할 수 없다.그러므로 소수의 개수는 무한함이 틀림없다.) – 69

무작위성의 환영 속을 꿰뚫어본 사람은 리만이었다. 1859년 10쪽분량도 안 되는 논문에서 그는 소수의 불가사의를 간파한 일련의 내용을 발표했다. 우선 제타 함수에서부터 시작했다. 오일러는 이 함수가 오직 ‘실수’ 값의 범위를 갖는다고 보았다. (직선상의 점들에 대응하는실수는 양의 수와 음의 수를 포함하는 정수, 분수로 표현할 수 있는 유리수, 그리고 나처럼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로 표현되는 무리수로 구성된다.) 하지만 리만은 오일러를 뛰어넘는 모험을 감행하여 제타 함수가 복소수를 가지도록 확장시켰다. 복소수는 ‘실수’ 부분과 ‘허수’ 부분이라는 상이한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 복소수는 두 부분을 가지므로 두 개의 차원이라고 여길 수 있다. 즉 실수처럼) 직선을 형성하지 않고 평면을 형성한다. 리만은 제타 함수를 이 복소평면상으로 확장시키기로 했다. 그가 밝힌 바에 의하면 복소평면의 모든 점 각각에서 제타 함수는 하나의 고도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제타 함수는 모든 방향으로 영원히 뻗어 있는 산, 언덕, 그리고 계곡들로 이루어진하나의 방대한 추상적 풍경 – 제타 풍경을 발생시킨다. 그의 발견에 따르면 제타 풍경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들은 0의 고도를 갖는 점들, 즉 해수면의 점들이다. 이 점들을 가리켜 제타 함수의 영점zero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 점에 대응되는 복소수를 제타 함수에 대입하면 결과값이 0이 나오기 때문이다. – 74

수학자들은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는 거의 플라톤적 확신이 있다. 이언 스튜어트가 언급했듯이, 랭글랜즈 프로그램은 ‘너무나 아름답기에 참이어야만 하는 종류의 수학’이다. – 112

랭글랜즈 프로그램과 끈이론의 관련성은 입자물리학에 심오한 통찰을 제공해주었다. … 수학이 인간의 마음을 초월하는 실재성을 가진다는 확신은 수학자들에게서 드물지 않은데, 특히 프렌켈, 랭글랜즈, 로저 펜로즈 경, 그리고 쿠르트 괴델 같은 위대한 수학자들에게서는 더더욱 흔하다. – 114

자기유사적 형태는 본디 삐뚤삐뚤한 까닭에 고전적인 수학은 이런 형태를 다루기에 부적절하다. 고대 그리스부터 지난 세기까지 수학의 방법들은 원과 같은 매끄러운 형태에 더 잘 맞았다. (원은 자기유사적이지 않음에 유의하라. 만약 원을 더 작은 구간들로 나누면, 각각의 구간은 거의 직선이 된다.)겨우 지난 몇십 년 전에야 삐뚤삐뚤한 것에 관한 수학이 등장했는데, 덕분에 자기유사성과 더불어 이와 비슷한 문제인 난기류, 잡음, 군집, 카오스와 같은 현상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망델브로는 그런 수학을 개척한 선구자였다. – 131

하지만 꼭 그런 [고차원] 세계를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지적인 풍요와 미학적인 다양성으로 보자면, 3차원 세계로 충분하다. – 166

괴델은 모형 이론이라는 논리학 분야를 태동시키는 데 일조했는데, 이것은 형식언어와 그것의 해석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 모형 이론이 해낸 가장 극적인 발견은 의미론에 – 언어와 실재 사이의 관계에 – 근본적인 불확정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