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그린블랫(Stephen Greenblatt) 지음, 이혜원 옮김, «1417년, 근대의 탄생: 르네상스와 한 책 사냥꾼 이야기», 까치글방, 2021(2013).

그러나 그 어떤 것도―종(種)으로서의 우리 인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 그 위로 매일 타오르는 태양도-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 영원불멸한 것은 오직 원자뿐이다.

루크레티우스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 우주에서 지구와 그 거주민이 우주의 중심을 점하고 있다고 믿을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마찬가지로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인간이 신에게 뇌물을 바치거나 신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불가능하고 종교적 광신이 들어설 여지도 없다. 금욕적인 자기 부인은 불필요하고, 전지전능한 힘이나 완벽한 구원에 대한 환상은 근거가 없다. 정복욕이나 자기과시욕도 불합리하다. 그 어떤 것도 자연에 맞서 이길 수없으며 생성과 파괴, 그리고 재생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순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안전에 대한 거짓 환상을 팔거나 죽음에 대한 비논리적인 공포를 선동하는 자들에게 분노하는 한편, 루크레티우스는 일종의 해방감과 함께 이전에는 너무나 위협적으로 보였던 것을 직시할 수 있는 힘을 사람들에게 제공했다. 루크레티우스는 인류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죽음을 극복하고 우리 자신도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도 덧없는 것임을 인정하면서 세상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라고 썼다. 나는 루크레티우스의 시에 진실로 경탄했다. – 저자 서문

루크레티우스의 경외감은 우리 인간이 별, 바다, 그 밖의 모든 사물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졌다는 인식에서부터 솟구쳐나온 것이었다. – 저자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