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가 알려준 대로
1920년대의 파리 시절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는 헤밍웨이의 글쓰기 모토가 나오는데, 도무지 글이 안 써질 때는 자기가 아는 가장 진실한 이야기로 첫 문장을 시작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둘째 문장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헤밍웨이가 가르쳐준 대로 내가 아는 가장 진실한 이야기를 떠올려보았다. 지금, 오늘, 어제… 시간을 거슬러가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동네 치과에서 아이 치아 검진을 하다가, 교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듣고 교정기를 끼기로 결정했다. 비용 결제까지 다 마치고 교정기를 제작하기 위한 본까지 떴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큰 비용이 나가는 일인데 다른 곳도 알아보지 않고 왠지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고 진행한 것 같아서 후회가 됐다. 그런데 마침 치과에서 전화가 왔다. 작업이 잘못되어 본을 다시 떠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옳거니 싶어서, 치과에 다시 가서 교정은 조금 더 생각해본 다음에 다시 결정하겠다고 대강 둘러댄 다음 결제를 취소했다.
그러고는 다음날 다른 치과에 가서 교정 상담을 받았다. 진료 후 상담을 진행하던 간호사가 교정기 제작을 위해 본을 떠야 하는데 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아주 잠깐 망설였지만,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아서 그냥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아이가 한마디 했다. “어제 했잖아.” 무슨 죄라도 지은 것마냥 얼굴이 화끈거렸다. 잠시 동안의 침묵을 수습하느라 나도, 간호사도 당황했다.
이제 진실한 첫 문장이 정해졌다. “치과에서 난 거짓말을 했고, 아이는 솔직하게 말했다.” 첫 문장을 쓰고 나니까, 더 쓸 말이 많아질 것 같다. 졸지에 거짓말쟁이로 몰린 내 억울함도 풀어야 하니까 말이다. 헤밍웨이 님 말씀이 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