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사 호조 작가님

2000년대 후반에 웹칼럼니스트 활동을 하고 홈페이지 리드미파일을 운영하면서 나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글쓰기 책인 <뚜껑 대신 마음을 여는 공감 글쓰기>(2010)에 일러스트를 그려주었던 호조 작가가 거마비 정도만 받고 흔쾌히 작업을 해주었어. (이 작가님은 나중에 엄청난 유명인이 된다.)

최대한 나와 ‘비슷하게’ 그려달라며 의뢰했는데, 역시나 사각턱이 부각되어 극사실적으로 표혔됐더구먼!
명함 뒷면에 캐릭터를 실었고, 그 후로도 잘 썼지.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네? 난 원래 머리숱이 가늘고 힘이 없다보니 머리를 잘라도 태가 안 났는데, 나이를 먹으며 탈모까지 진행되더니 티가 확 날 정도로 머리가 훤해지기 시작했어. 캐릭터의 모습과 달라져버린 거야. 이를 어쩌지?

여기서 이를 어쩌지는 정작 탈모 자체의 고민이 아니라 캐릭터를 더 이상 써먹지 못하게 됐다는 안타까움이야. 카카오프렌즈의 아빠! 호조 작가님의 작품 아닌가!! 머리가 풍성히 휘날리는 기존 캐릭터를 계속 쓰자니 마음에 찔렸는데, 탈모가 진행된 새 모습으로 그려달라고 AS를 요청하는 건 더 이상하잖아.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했게? 탈모약을 먹기 시작했어. 탈모인들의 성지라는 종로 보람의원에 가서 처방받와 와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약을 먹었지. 3년차가 돼서 거울을 보니까 신기하게도 회복이 되고 있더라. 여러분 중에 탈모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탈모샴푸, 탈모크림, 마사지 기기… 그런 것에 현혹되지 마. 약을 드셔 약을.

지금 모습과 비슷하진 않지만 지금까지 써온 캐릭터는 앞으로도 계속 쓰려고 해. 자괴감에 빠지지 않으려면 탈모약을 계속 열심히 먹어야 돼. 호조님이 내 탈모 관리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