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효능은 안티에이징
누가 공부를 왜 하냐고 물으면, 그냥 좋으니까 한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지만, 굳이 실용적인 이유도 찾아보자면… 현재를 더 사랑하게 된다. 이건 대단한 효능감이다. 현재의 나는 예전의 나에 비해 지식도 넓어졌고, 안목도 성장했고, 아름다운 것들의 가치를 더 잘 알아챌 수 있는 섬세한 감수성을 갖추게 되었다.
예전에는 공에만 시선이 갔지만 이제는 축구 중계를 볼 때, 공을 잡고 있지 않아도 지금 저 빈 공간으로 쇄도하는 공격수의 움직임이 얼마나 현명하고 멋진 것인지 알아챌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축구 경기를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영화를 볼 때도 그렇고 음악을 들을 때도 그렇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도 그렇고, 책을 볼 때도 다 그렇다.
그래서 나는 40대 초반의 나로, 30대의 나로, 더더구나 20대 이전 시절의 나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냥 지금이 가장 좋다. 책 원고를 탈고한 몇 달 전보다, 공부를 조금 더 하여 원고의 한계를 파악한 시원섭섭한 지금 느낌이 꽤 좋다. 얼른 더 나은 원고를 쓰고 싶은 마음에 설레는 이 순간이 즐겁다.
무궁무진한 새로운 지식 영역과 예술 영역을 발견할 때마다 경이롭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기존에 아는 것과 연관성을 찾아가는 그 여정이 내겐 삶의 커다란 기쁨이다. 언젠가는 수학 공부도 깊이 하고 싶고, 음악 공부도 하고 싶고 미술 공부도 하고 싶고 외국어들도 더 많이 배우고 싶고 철학 공부도 더 깊이 하고 싶다.
호기심과 배움을 향한 열정이 있는 상태를 ‘젊음’이라고 부른다. 나는 살면서 ‘이 나이에 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늘 ‘오늘부터 해볼까나’ 하는 가볍고 긍정적인 태도로 새로운 분야 공부를 시작했다. 어느 때인가부터 나이 세는 걸 잊어버렸다. 물어보는 사람이 가끔 있는데 올해 연도에서 뺄셈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몇년생인지 알려준다. 작은 글씨가 안 보여서 안경을 종종 벗어야 할 때가 있지만, 그런 사소한 불편들이 내 젊음을 침해하진 못한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영생을 얻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젊음은 평생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