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 편집부, «뉴턴 하이라이트 134: 시간이란 무엇인가», 뉴턴코리아.
‘결정했다!’ – 그 순간은 정말 지금인가?
기타자와 시게루 / 일본 오사카 대학 대학원 생명기능연구과 교수, M.D. Ph.D.
언제 행동할지 타이밍을 노리다 드디어결심한다. ‘지금이다!’이때 결심한 주체는 자기 자신의 의식이며, 그 순간에 행동이 결정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잘못일 수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벤저민 리벳(Benjamin Libet,1916~2007) 박사는 1980년대에 매우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피험자는 자기 자신의 자유로운 타이밍으로 손가락(또는 손목을 움직이고, 그 전후의 뇌 활동상황을 기록한다. 피험자가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려고 생각한 시각(1)과 뇌에서 운동의 지령 신호가 발생한 시각(2), 그리고 실제로 손가락이 움직인 시각(3)을 측정한 경우 이들은 어떤 순서가 될까? 직감적으로는 1→2 → 3 의 순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2 → 1- 3의 순서였다.
운동의 지령 신호는 피험자가 의지 결정한 시각의 약 0.35초 전에 발생했다. 피험자 본인이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결정한 순간보다 전에, 이미 뇌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준비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 문제는뇌 과학자 사이에서도 큰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실험 결과를 솔직히 받아들이면 이른바 ‘자유 의지’라는 것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실험 결과는 오히려 당연하다는 견해도 가능하다.
만약 피험자의 의지 결정이 가장 먼저발생하고 그에 따라 뇌 활동이 시작되었다고하자. 그러면 최초의 의지 결정을 내린것은 뇌가 아닌 셈이다. 그러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의지 결정이 최초에 있었다고 하면 의지 결정은 뇌 활동에서 분리된다. 그리고 뇌와는 독립해서 존재하는 ‘정신’이나 ‘마음’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하는 생각(이원론)이어진다. 과학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받아들이고 싶은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자유 의지의 존재에 대해서는 그 밖에도 여러 가지 견해가 있으며,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일본 오사카 대학의 기타자와 시게루茂)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리벳 박사의 실험 뒤에도 같은 실험 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우리가 행동하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뇌가 활동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의식은 우리의 행동이나 사고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이 놓인상황이나 사고, 행동 등을 파악하기 위한점검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셈이다.
우리가 지각하는 풍경은 ‘현재’보다 조금 느려진다 (26쪽 기사 참조). 한편으로뇌는 우리가 의식하기 전에 결심을 향해활동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자기의 의지로 행동한다.’는 실감은어쩌면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환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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