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가 마사히토(春日眞人),이수경 옮김, «100년의 난제 :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살림, 2009.
고대 그리스에서는 천동설을 주장한 프톨레마이오스가 우주의 가장 바깥쪽을 ‘천구’라는 딱딱한 공으로 정의했다. – 5
그런데 최근 우주의 형태를 해명하게 할 수학의 한 가지 난제가 풀렸다. 난제의 제목은 ‘푸앵카레 추측(Poincaré conjecture)’. 정확히 말하면 “단일 연결인 3차원 다양체는 구면과 같다.”는 명제인데, 좀더 풀어서 말하면 “어떤 닫힌 3차원 공간에서 모든 폐곡선이 수축되어 한 점이 될 수 있다면 이 공간은 반드시 3차원 구(3 dimensional sphere)로 변형될 수 있다.”는 뜻이다. 1904년에 푸앵카레가 처음 제기한 이래 수많은 수학자가 도전했지만 풀지 못한 말 그대로 ‘세기의 난제’ 였다. 그런데 이것을 증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6
푸앵카레는 세밀함에 무관심하고 논리를 싫어하는 면이 있었다. … 그는 논리가 착상을 방해한다고 믿었다. – 40
푸앵카레의 탐구심은 지구의 모양을 알아내는 방법에 만족하지 않고 우주의 모양을 알아내는 방법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푸앵카레가 우주의 모양에 빠져 있던 바로 그 무렵, 프랑스 영화 한 편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쥘 베른 원작의 세계 최초 SF영화 <달세계 여행>(1902)이다. 양철로 만든 우주 로켓이 국가의 위신을 걸고(?) 달로 발사되었는데 착륙할 때 달에 꽂혀서 달님이 울면서아파한다. 지금 생각하면 놀랄 만큼 참신한 내용이다. 푸앵카레도 이 영화에서 어떤 힌트를 얻었을지 모른다.
“푸앵카레가 생각한 우주의 모양을 아는 방법, 그것은 다시 말해우주 로켓을 사용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푸앵카레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로켓에 밧줄을 묶어 우주 공간을 향해 쏘아올린 것입니다. 로켓은 밧줄을 매단 채 자유롭게 우주 공간을 날아다닙니다. 그리고 우주를 한 바퀴 돌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지금여러분은 우주를 일주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고리를 들고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밧줄을 잡아당깁니다. 그렇죠! 만일 아주 긴 밧줄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면 우주가 어떻게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 43
“푸앵카레가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림이 정확하지 않아서 O인지 △인지 구별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것이 토폴로지의 성질과 맞아떨어진 것입니다.(낭시 대학, 게르하르트 하인츠만 교수) – 65
한 수학자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수학은 언어다.” 예컨대 수학자는 영어나 중국어와 마찬가지로 ‘수학언어’라는 특수한 언어를 익힌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 112
* 2차원(지상)에 비친 롤러코스터 레일의 그림자는 서로 얽혀 있지만(위), 3차원에서는 부딪치지 않는다.(아래) – 116
(소년) 페렐만은 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 왔다. 그래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출제된 최상위 문제조차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던 것이다. 페렐만은 이 무렵부터 “언젠가는 아무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풀어보고 싶다.”는 꿈을 키워 나갔다. – 125
어째서 서스턴 박사는 둥근 우주에 밧줄을 두른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3차원 우주 형태를 모두 분류해본다는 착상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당연한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예를 들면, 1,000조각짜리 직소 퍼즐이 있다고 합시다. 당신이 1,000개 중에서 100조각만 가지고 올바른 위치를 찾으려고 한다면 거의 무리일 겁니다. 하지만 1,000조각 전부를 바닥에 늘어놓고 전체를 살펴보면 어떻게 맞춰야 할지 쉽게 보일 것입니다.” – 151
푸앵카레는 그의 저서 <과학과 방법>에 이렇게 적었다. “수학이란 각기 다른 사항에 동일한 명칭을 주는 기술이다.” – 159
페렐만 박사와 고향이 같은 선배 수학자 미하일 그로모프 박사는 페렐만 박사가 무심코 던진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언젠가 나는 페렐만에게 ‘큰 난제에 도전하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지만 어려운 일일수록 실패했을 때의 충격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페렐만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경우도 각오하고 있다고.” – 175
“수학자가 문제에 도전하는 동기, 그것은 미지의 것을 동경하는 마음입니다. 수학자는 어린아이와 똑같습니다. 단지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할 뿐입니다. 아이는 자기 주위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생물입니다. 선천적인 과학자입니다. 우리 수학자는 이를테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 호기심을 잃지 않은 사람일 뿐입니다. 수학자의 호기심은 남극과 북극, 아마존을 발견한 탐험가들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이 지구상에서 미개척지라고 생각할 만한 곳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머릿속 지적 세계에는 어떤 제한도 없습니다. 미지인 것이 무한히 있습니다.” – 182
페렐만 박사는 강의에 앞서 어떤 미디어 취재도 사양하겠다고 티안 박사에게 말했다. … 자신의 연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보도진과 이야기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연구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하고만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사는 강의 초반, 리처드 해밀턴 박사의 업적을 정중하게 소개했다. 30분에 걸쳐서 “이 부분은 해밀턴 박사가 증명한 것입니다.”라고 양해를 구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마침내 “그 후로 나는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자신의 증명을 해설하기 시작했다. – 188
박사에 따르면… 논문을 발표하기 2년 전에 이미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2000년에 문제를 해결했다는 말이 된다. 만에 하나 실수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증명이 참이라고 확신할 때까지 발표를 미루었다고 한다. – 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