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로마숫자 읽기의 키워드는 L과 D

I, II, III, IV, V, VI, VII, VIII, IX, X, XI, XII

로마숫자 표기는 대부분 I, V, X 이 세 개가 조합된 것이다. X는 V자 2개를 아래 위로 거꾸로 붙여 놓은 형태다. 5와 5가 붙어서 10을 의미한다.

로마 숫자는 모두 7개 기호로 구성되며 위 3개 외에 4개가 더 있다.

50을 나타내기 위한 기호 L
100을 나타내는 C
500을 나타내는 D
1000을 나타내는 M

로마 숫자는 이렇게 7개 기호를 조합하여 표기된다.

C는 센추리를 연상하면 100이 쉽게 떠오르고, M은 밀레니엄에서 1000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L과 D가 조금 낯설다. ‘L50′ ‘D500′… 이렇게 소리를 내어 10번만 낭독해 보기 바란다. (유치한 방법이지만 ‘에로십’ ‘듀오백’으로 외워도 된다.)

미술사의 선구자인 조르조 바사리가 지은 <미술가 열전> 하단에 출판 장소와 시기가 적혀 있다.

IN FIRENZE MDL

M은 1000이고, D는 500이다. (디오백, 듀오백) L은 50이다. (에로십)
이 책은 1000과 500과 50년. 즉, 1550년에 피렌체에서 발표됐다.

“큰 수 먼저, 작은 수는 그다음에 나열” 이것이 로마 숫자 쓰기/읽기 규칙이다. 다만, 로마 숫자는 차례로 수를 나열한 다음 더하거나 빼는 과정이 한 번 더 필요해서 아라비아 숫자보다는 덜 직관적이다. 순서상 먼저 나오는 왼쪽 수가 자릿수가 가장 크고 나중에 나오는 오른쪽 수가 자릿수가 가장 작다. 자릿수가 같을 때에는 앞에 나온 수가 다음 수보다 커야 한다. 자리수가 같은데 먼저 나온 수보다 다음에 나온 수가 크다면 둘을 더하면 안 되고 먼저 나온 수만큼 빼고 다음 수를 읽어야 한다. XII가 나왔다면 10과 2라는 뜻으로 왼쪽 수가 자릿수가 더 크므로 12가 된다. 그런데 IX는 1과 10이라는 말이 되어 먼저 나온 수의 자릿수가 더 작기 때문에 ‘1을 뺀 10′이라는 뜻이 되어 9가 된다.

자릿수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VI는 5와 1인데, 왼쪽 수가 더 커서 자연스러우므로 그냥 더해서 6이 된다.
IV는 1과 5인데, 왼쪽 수가 더 작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우므로 1을 뺀 5, 즉 4가 된다.
IV = (-1) + 5 = 4

XL은 그대로 읽으면 10과 50이 되는데 앞에 나온 10이 뒤에 나온 50보다 작기 때문에, 이를 더해서 60이라고 읽으면 안 되고, 10만큼 뺀 50이니까 40이라고 읽어야 한다.

MDCXII은 몇 년일까, 나열해 보자.
MDCXII = 1000과 500과 100과 10과 2 = 1612년이다.

성 베드로 광장 북서쪽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총격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연도와 날짜를 새겨둔 돌이 있다.

XIII V MCMLXXXI
나열해보자.

10과 3
5
1000과 100과 1000과 50과 10과 10과 10과 1

첫 숫자는 13이다.
둘째 숫자는 5다.
셋째 숫자는 ‘100과 1000′는 오른쪽에 더 큰 수가 나왔으므로 ‘100을 뺀 1000′이란 뜻이므로 900이 된다. 나머지는 먼저 나온 숫자들이 다 크기 때문에 그냥 더하면 된다. 1900에 80을 더하고 1을 더하면 된다. 즉, 1981이다.

저격 사건이 일어난 날짜는 1981년 5월 13일이다. 로마 유물이나 유적에서 로마 숫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차근차근 나열해 보자. ‘~와 ~와 ~와…’라고 차례로 늘어놓으면 되고 작은 수 다음에 방금 수보다 큰 수가 나온다면 앞에 나온 수를 뺀 만큼만 계산해 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