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궁 유리방에 스며든 베네치아 유리 장인의 숨결 또는 한숨

이탈리아 반도 북동쪽에 자리잡은 베네치아는 과거 찬란한 르네상스의 주역으로서 세계 역사에 강렬한 자취를 남긴 도시다. 퇴적된 땅이 바닷물을 가두면서 생기는 호수를 석호(潟湖)라고 하는데, 베네치아는 석호 일대에 건설된 도시로 수많은 섬(118개)으로 이루어져 있다. 베네치아 석호는 바닷물이 들고 나는 곳이 많아서 완전한 석호는 아니지만 큰 파도를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으므로 수심이 깊지 않은 곳에 거주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약 6세기 무렵부터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얕은 바다에 나무말뚝을 수없이 촘촘하게 박은 다음 그 위에 돌을 깔고 흙을 덮고 나서 벽돌이나 대리석으로 건물을 올렸다. 이 경이로운 해상 도시의 물속 모습은 더 경이롭다. 육지와 다리(도로/철로)로 연결된 본섬이 있고 주변으로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동남쪽으로 길게 뻗은 리도섬에서는 베니스(베네치아) 영화제가 열린다.

베네치아공화국은 상업 외에도 조선업이 큰 축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당시 압도적인 세계 1위 조선소였던 “아르세날레 디 베네치아”(Arsenale di Venezia)가 베네치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732년 카날레토가 그린 아르세날레 디 베네치아 그림이 있다. 1100년대부터 본격화된 십자군 원정으로 선박 수요가 폭증했을 때 로마 교황청에 신속하게 물량을 납품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다른 조선소가 따라올 수 없는 속도와 품질과 양산 능력으로 모든 나라들을 압도했다.

본섬에서 무라노섬까지 가는 수상버스는 본섬 북쪽으로 가로질러 통과하는 노선들과 아르세날레 조선소 입구를 경유하는 노선이 있다. 산 마르코 광장 쪽 선착장에서 동쪽으로 가는 배를 타면 선착장(터미널)을 지나 다리가 하나 나오는데 그 다리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아르세날레 디 베네치아 조선소가 나온다. 반대편에도 조선소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

무라노 섬까지 가려면 베네치아 본섬에서 수상버스로 30분 정도 걸린다. 유리 제조는 조선업과 더불어 베네치아의 경제를 이끌었던 첨단 산업이었다. 세계 최고의 유리 제품 제작 기술을 보유했던 무라노의 유리 공방들은 국가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어, 제조법을 외부에 노출하는 자는 사형에 처했을 정도였다. 유리 공예 장인을 ‘유리 부는 사람’이라고도 부르는데, 속이 빈 긴 금속 막대에 유리 덩어리를 붙인 다음 용광로 속에 녹여서 입김을 적당히 불어넣으면 다양한 형태의 유리 제품을 만들어낸다.

상인들의 자유분방한 분위기, 언론 출판의 자유, 풍족한 재정 지원 등이 베네치아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부유하고 찬란했던 베네치아 공화국은 1797년 나폴레옹 군대에 정복되면서 역사를 마감했다. 루이 14세 때 지어지기 시작한 베르사유궁은 화려함과 웅장함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베르사유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장소인 거울방은 폭이 73미터나 되는 거대한 응접실인데 1차대전의 종전을 선언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베르사유궁의 명물인 ‘거울방’에는 357개의 거울이 장식돼 있는데 제작 당시 무라노섬의 유리 장인들이 스카웃되었다고 한다. 베네치아 공화국을 멸망시킨 프랑스, 그 프랑스에서 가장 화려한 궁전의 가장 화려한 방에 베네치아 유리 장인들의 숨결이 스며들어 있다.

** 영상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