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글쓰기] 함께 쓰면 안 되는 모순 표현들

한국어에는 함께 쓰면 안 되는 표현들, 모순 형용이 있습니다.

크기가 2배로 줄어든다, 같은 표현이 그러한데요,
2배는 크기가 커지는 것이니까, 줄어든다고 써야 할 때는
크기가 1/2로 줄어든다라고 쓰는 게 맞겠죠.

어떤 경제 기사에서
트랜지스터는 진공관보다 수십 배 작은 크기… 라는 구절을 보았는데
‘수십 배’와 ‘작은’이 서로 모순되기 때문에
수십 분의 1 정도로 작은 크기…라고 고쳐야 바람직합니다.

‘굉장히 작은’이라는 표현도 호응 관계가 맞지 않아요.
‘굉장’은 엄청나고 웅장하다는 뜻이 담겨 있는 말이므로,
‘굉장히 으리으리한’ 같은 표현에 걸맞습니다.
‘굉장히 작은’은 모순 형용이죠.

아파트 안내 방송을 듣다가 메모해둔 구절이 있습니다.

“계단에 물건을 쌓아 두면 최고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여기 안내 방송을 보면 ‘최고 200만원 이하’라는 구절이 있는데 틀린 표현입니다.

이것은 과태료 최고액이 200만원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최고 200만원까지’라고 쓰거나 ‘200만원 이하’라고 쓰면 맞지만,
최고와 이하를 함께 사용하여 ‘최고 200만원 이하’라고 쓰면 아주 어색합니다.

한자어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때 이런 모순 형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근거 없는 소문이 회자된다”라는 문장이 종종 보입니다.
회자라는 말은 생선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에서 생긴 말로 좋은 소식이 널리 퍼질 때 사용합니다.
나쁜 것과 어울리지는 않아요. 따라서 ‘근거 없는 소문’과 ‘회자’는 함께 쓰면 안 됩니다.

‘크게 일조하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잘못 쓰는 문장입니다.
‘일조’는 ‘한 일, 도울 조’ 두 글자가 합쳐진 것으로 조금 돕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크게 일조하다라고 쓰면 잘못된 표현이 됩니다.

조금더 깐깐하게 따지자면, 기사문에 자주 보이는 표현들 중에,
거의 확실하다… 처럼 ‘거의’와 ‘확실’을 함께 쓰는 것도 좋은 방식은 아니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사실상 확정’이라고 쓰는 것도 그렇게 바람직한 방식은 아닙니다.

서로 성향이 비슷하여 잘 어울리는 표현을 골라 잘 조화시키면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한국어 문장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