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부여] 내가 했던 말, 내가 썼던 글

** 유튜브 채널 이름 ‘올읽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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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창비)

할머니, 아빠, 큰딸, 작은딸, 그리고 우연히 함께 살게된 말하는 고양이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이름은 통계청에서 발표한 출생자 이름 통계치를 참조했습니다. 언니 이름 ‘서연’은 또래 여아 중 가장 많이 지어진 이름입니다. 이 책의 일반 독자를 상징합니다. 동생 이름 ‘서윤’은 많이 지어진 또래 이름 중, 중성적인 것을 골랐습니다. 이 책이 추구하는 보편성을 상징하죠. 중반에 등장하는 꼬마의 이름으로 한 번 사용된 ‘민준’은 또래 남아 중 가장 많은 이름입니다.

큰딸 서연은 음악을 사랑하며, 뮤지션이 되기를 꿈꾸는 중학교 2학년생입니다. 정이 많고, 동물을 사랑하죠. 또래에 비해 조숙한 6학년 작은딸 서윤은 잡동사니 상식이 많습니다. (좋게 말하면 소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허세가 약간 있지만, 편견은 별로 없는 중성적 캐릭터입니다.

아빠 고승우는 동네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합니다. 낙천적이고 명랑합니다. 이름 ‘고승우’는 제주에 사는 제 지인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자영업자인데 딸 둘의 아빠입니다. 아빠의 어머니인 할머니는 지적 호기심이 많은 분이라, 늘 책을 가까이 두고 지냅니다. 삶의 지혜를 넌지시 전해줍니다. 할머니, 아빠 고향은 제주도입니다.

인터넷 아이디가 등장하는 씬은 별로 없지만, 배경 설정을 하면서 생각해 둔 것들이 있습니다. 고 선생과 아빠, 큰딸 서연은 별 고민 없이 아이디를 만들었습니다. 고 선생의 아이디는 fishgo@입니다. ‘고선생’을 뒤집으면 ‘생선고’라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아빠의 아이디는 고길똥(ggdong@)인데,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고길동’ 이름을 땄습니다. 서연의 아이디 르티두스(rhtjdus@)는 ‘고서연’을 영문 자판에서 친 것입니다. 작은딸 서윤의 아이디는 hannah@인데 글자가 앞뒤 대칭입니다. 서윤은 뭔가 뒤집어 보는 걸 좋아하는데, 롬곡옾눞(폭풍눈물)이라는 한글 아이디를 별도로 쓰기도 합니다. 테드 창의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영화 <컨택트>의 원작)의 주인공 딸 이름이 hannah입니다.

배경은 2020년입니다. 원고 안에 5월 15일 스승의 날이 휴업일이고, 3일 연휴가 된다는 말이 나오는데, 2020년 5월 15일이 금요일입니다. 가족은 별내신도시 별사랑마을 9단지(909동 104호)에 삽니다. 엘리베이터 장면이 거의 안 나오고, 고 선생이 혼자서 산책을 다니는 것으로 보아 1층에 산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고 선생은 주로 베란다-화단으로 출입합니다. 아파트 호수를 고를 때 사람들이 보통 1층을 기피하기 때문에, 1층 주민들에게는 집 앞 화단을 사유지처럼 쓸 수 있는 혜택을 줍니다. 고 선생이 비를 맞으며 쓰러져 있던 곳이 1층 화단입니다. 아기 고양이를 발견한 곳도 여기입니다. 104호는 세계 동물의 날(10월 4일)을 상징합니다. 909동은 한국 고양이의 날(9월 9일)을 상징합니다.

고 선생이 자주 쓰는 표현 ‘옳지!’는 글쓰기를 가르칠 때의 말버릇인데, 가르쳐 준 것을 아이들이 잘 이해했을 때 씁니다. 제 초등생 아들의 노래 선생님 말투인데, 들을 때마다 어감이 좋고 정겨워서 활용했습니다. 고 선생이 블로그를 개설합니다. 블로그 제목은 ‘한 문장 잘 쓰기’입니다. 이 책 원고 내용이 블로그에 나오죠.

고 선생이 할머니 대신 서윤이 발표 준비물을 학교에 가져다 준 일은, 고 선생에 대한 할머니의 시선이 냉대에서 호감으로 전환되었음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서윤이 졸업식 끝나고 가족사진 찍을 때 ‘다음에 또 찍고 싶다’고 말한 것은 새로운 식구가 생길 것을 암시합니다. 가족사진 촬영을 할머니가 먼저 권하는 것은, 언제 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염려이자, 현재 삶과 지금 내 곁에 있는 이들을 더 소중히 여기려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8월 여름방학 때의 캠핑 장면에는 오감(후각, 미각, 촉각, 청각, 시각)을 다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8월은 1년 중 밤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때입니다. 캠핑 당일인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입니다.

(* 날짜 등은 책 본문에 그대로 노출하기보다, 가령 서윤이 책상 달력에 캠핑 예정일이 별표로 표시돼 있다든지… 삽화나 여러 정황 등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알려주면 더 재미있겠네요.)

고양이의 천국인 일본에서는 2월 22일이 고양이의 날입니다. 고 선생이 집에 온 날이 2월 22일입니다. 아기 고양이가 집에 온 날도 2월 22일입니다. 고 선생이 집에 온 날에는 비가 내렸고, 아기 고양이가 집에 온 날에는 진눈깨비가 내렸습니다. 대칭 구조입니다.

이야기는 1년이라는 시간의 순환으로 구성됩니다. 신학기 직전 2월에 고 선생이 집에 온 시점부터 이듬해 학년말방학(봄방학) 때까지이며, 개학-봄-여름-방학-가을-겨울-방학-개학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성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봄의 반복 구조는 자연과 생명의 순환 원리를 상징합니다.

“이게 틀린 말이라구요?” 절에 퀴즈쇼가 나오는데, 문제가 뭔지는 안 나옵니다. 우리말 상식 퀴즈인데, ‘한국어 조사는 몇 개나 될까요?’가 문제였습니다. 답은 4번 ‘100개 이상’입니다. “저는 2학년 고서연 입니다” 절을 읽은 다음 다시 읽으면 답이 4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식이 조금씩 쌓여 가면서, 평소 쓰던 표현을 고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대,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큰딸 서윤은 앞부분에서는 ‘노래 가사’라고 썼다가, 뒤에서는 ‘노랫말’ 또는 ‘가사’라고 씁니다.

“되인지 돼인지 고민되요” 절에서 서윤이가 SNS에 올린 글은 7,8,9,10,11자로 각 행이 한 자씩 늘어납니다. 한 문장을 잘 쓰면, 둘째 문장도 잘 쓸 수 있고, 차곡차곡 쌓이면 멋진 글 한 편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각 행의 첫 글자들을 세로로 읽으면 ‘자.매.들.맞.네’가 됩니다.

축제 공연 무대에 서지 못한 서연의 아쉬움은, 아빠만을 위한 특별한 버스킹 공연으로 해소되고 승화됩니다. 서술자(화자)가 줄곧 고 선생이었다가 마지막에 서연이로 전환되는 것은, 글쓰기에 수동적이었던 서연이가 글쓰기의 능동적 주체로 변했음을 암시합니다.

처음부터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을 구성하다 보니, 작은딸 서윤의 수학여행-바다 배경-가족 단톡방이 세월호를 연상시켰습니다. 안부를 묻고 전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부각하고자 했습니다.

엄마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혼한 것인지 사별한 것인지, 진실을 유추할 만한 구체적인 단서가 없습니다. 엄마가 없더라도, 또는 아빠가 없더라도, 혹은 남들의 시선으로는 어딘가 결핍된 가정이라도, 식구들 사이에 서로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아무 상관이 없죠. 동물이 함께 살 수도 있고요. 표현 형식이 서툴고, 문장술이 조금 부족해도, 진실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면, 누구든 충분히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며, 그런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기타:

본문에서는 되도록 적은 정보를 친절하게 설명하고자 했고, 추가적인 정보와 지식은 실습 예제에서 보충하고자 했습니다. (큰딸 서연이의 관심사인 음악, 작은딸 서윤이의 관심사인 과학 등의 예제가 포함되도록 신경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