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라투르 등(Bruno Latour), 홍성욱 엮음, «인간, 사물, 동맹», 이음, 2010.
** 요약
사회는 인간과 비인간의 복합체다. 노동조합 못지않게 이산화탄소도 정치적이다. 인간이 비인간과 어떤 동맹을 맺는가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기므로,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비인간에 주목해야 한다. 지구온난화, 광우병이나 신종 플루, 핵 폐기물 처리장 논쟁 등 기술과 관련한 크고 작은 논쟁에서 시민의 목소리와 비인간 행위자(이산화탄소, 가축, 폐기물)의 목소리는 대부분 배제된다. 이것이 논쟁들이 소모적으로 지연되는 이유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NT)은 인간이 비인간과 맺는 동맹에 주목한다.
번역이란 행위자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과정을 가리키는데, 한 행위자의 의도를 다른 행위자의 언어로 치환하기 위한 프레임을 만드는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 번역에 성공하는 건 권력을 쥐는 일이다. 번역 과정은 네 단계로 나뉜다. 1) 문제 제기 (기존 입장에 반발한 새로운 관심사, 여기서 행위자들은 필수적 공동 관심사, 즉 ‘의무 통과점’을 반드시 거친다.) – 2) 관심 끌기 (다른 행위자와 구별, 분리)- 3) 등록하기 (새 역할 부여) – 4) 동원하기 (자신의 네트워크로 편입)
네트워크는 평상시에 복잡한 모습을 숨긴다. 모든 현상은 이종적인 네트워크의 산물이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세분화된 네트워크를 직접 대하진 않는다. 이런 단순화를 ‘결절’이라 부르며, 대상화된 네트워크를 블랙박스라 부른다. 블랙박스가 해체되어 복잡한 이종 네트워크가 드러나는 것을 가역성이라 부른다.
지식은 과학적 방법에 의해 도출된다기보다 사회적, 즉 이종 질료 간의 질서 있는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기술과 사회는 공동 구성된다. 기술은 인간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기존에 자연스럽게 하던 일을 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기술을 만들지만 기술이 항상 계획한 대로 작동하는 건 아니다. 기술과 인간 모두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세상에 나온 뒤에는 사용자가 포함된 네트워크 속에 다시 편입된다. 지식은 물질적 요소이면서 다양한 질료들을 조직하고 질서에 따라 배열하는 작업이다. 인간이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면 그것은 다른 인간과 상호 작용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다른 수많은 물체와도 상호 작용하기 때문이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은 인간과 물체가 다르다는 인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건 윤리적 입장이 아니다. 행위자는 언제나 행위자인 동시에 네트워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