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슈내델바하(Herbert Schnaedelbach), 이한우 옮김,《헤겔 이후의 역사철학》, 문예출판사, 1993.

** 요약

헤겔 이후의 역사 철학이란 1)헤겔 사후 2)헤겔이 영향을 끼친 3) 헤겔의 역사체계론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한 이론을 가리키는데,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1과 2는 논의에서 제외하고 3에 관해 논의한다. “역사에 대한 철학적 탐구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역사 철학의 근본 문제는 《세계 시민적 견지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칸트)에 명백히 표현되었다. “자연사의 인과성을 배제하면 역사의 체계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철학자의 과제는 개별적인 것들을 통일하여 체계화하는 것인데 [자유의지와 우연이 반영된] 인간의 행위가 역사의 대상이라는 것이 이 목표의 난점이다.

역사가는 [논리상 모든 기록을 다루어야 하므로] 양적인 면에서 총체성의 개념에 도달할 수 없다. 역사가는 질적인 면에서 역사 전체를 다루고자 하며 이는 제연관을 살피는 것, 즉 세계사다. 모든 개별 연관들간의 연관으로서 역사 전체는 경험과학적 역사 서술의 대상이 아니다. 자료 전체의 객관적 조건만 따지는 ‘독단적 역사철학’과 회의적 비판에서 출발해 체계화 가능성을 탐색하는 ‘비판적 역사철학’을 구분하자.

역사철학자로서 칸트와 헤겔은 1) 역사적 자료만으로는 체계화의 충분한 토대가 될 수 없으며 2) 일관한 연관성을 위해 철학적 토대 이론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칸트는 인과적 체계화를 배제한 인간의 ‘행위’에서 출발한다. ‘인간사의 불합리한 진행’ 속에 들어 있는 자연의 의도, 즉 객관적이고 자연적으로 미리 부여된 목적을 탐구하기 위해 목적론을 “방법적 전제”로서 도입한다. [인간 행위를 이성의 인도로 받아들이면 결과(개별 사건)를 적절히 해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 행위의] ‘절망적 우연’을 해명하기 어려우므로 실천철학 영역에서는 ‘세계 시민적 견지에서 본 역사의 이념’에 그칠 뿐이다. 칸트의 반성적-가설적 토대 이론은 헤겔에 의하여 절대적 이성의 목적론으로 대체되었다. [헤겔에 따르면 절대적 이성은] 사변적 인식을 통해 철학적으로 증명 가능한 전제이며 세계사를 통해서만 스스로 입증한다.

세계사를 철학적으로 체계화하려는 시도는 회의에 봉착했으며 이것이 역사주의를 발생시킨 배경이다. 역사주의는 주로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1) 역사에 대한 과학적 탐구, 실증주의
2) 개념과 규범의 타당성이 역사의 소여라 보는 철저한 상대주의(현상을 보편성으로 환원)
3) 계몽주의적 방식을 비판하고 역사적 개체성과 발전 개념을 도입한 낭만주의적 방식.

- 서론을 요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