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라인하르트 코젤렉(Reinhart Koselleck), 황선애 옮김,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2 : 진보», 푸른역사, 2010.

걸어가다는 단어에서 유래한 개념인 진보에는 자연스럽게 시간 요소가 첨가된다. 진보라는 표현은 18세기 후반에 비로소 개념으로 자리잡았으며 ‘역사’ 개념과 동시에 나타났다. 진보라는 용어는 어쩌다 생겼지만, 그 개념은 경험이 철저하게 변화한 결과로 나타났다. 진보는 스스로 역사의 주체가 된 보편 인류와 관련된 개념이다. 옛것이란 따라잡아야 할 뒤처짐을 의미했으며 진보는 집단적 행동이라는 개념이 되었다. 진보는 개선을 향한 움직임이며 거의 종교적 희망 개념이 된다. 진보는 반복성을 전제로 한 고대의 모델과 달리 비순환적 진행이다. 달성해야 할 목표(완성을 향한 추구)가 무한히 연기되므로 진보는 언제나 임시적 관점이다. 진보는 발전적이라 규정된 역사의 동력에 의해 촉발되면 역사적 정당화를 위한 개념, 즉 이데올로기가 된다.

고대인은 역사가 변화하는 과정(시간)에 있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리스인의 진보성을 서술하는 유일한 자료가 투키디데스의 서술인데, 여기서 그리스인은 야만인에 비해 기술, 경제, 권력이 진보한 것으로 묘사됐다. 그들은 미래의 개선을 기대했지만 정치 제도 측면에 한정되었고, 이후 몇 백 년 동안 장기적 진보가 가능하다는 가정 역시 특정 영역(예를 들어, 법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이상적 질서를 확립하고자 한 플라톤)에 제한되었다.

서기전 5세기 이후 지식 영역의 방법론이나 기술, 그리고 일부 예술 영역에서 과거, 현재, 미래라는 연속선상에서 진보가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다. 인류가 전반적으로 진보한다는 인식은 로마제국 성립과 제국 내의 기독교 옹호론과 관련하여 형성됐는데, 로마제국의 평화(팍스 로마나)와 과거를 비교하는 것에 머물렀다. 로마제국의 평화와 복지, 나아가 제국의 완성은 신이 원한 진보의 과정으로 이해됐으며, 제국을 옹호하는 논거는 선교 논거로 확대됐다. 제국에서 인류 완성을 향한 진보가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여러 기독교 사상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경험하자 로마인들은 새로운 기대를 갖게 되었는데, 이 기대는 정치 상황이 바뀌며 함께 사라졌다. 그래도 그 기대는 기독교 사상의 일부에 뿌리를 내렸다.

* 12-34쪽을 요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