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하르트 코젤렉(Reinhart Koselleck), 한철 옮김, «지나간 미래», 문학동네, 2007.
** 요약
인간은 현재적 과거인 ‘경험’과 현재화된 미래인 ‘기대’ 사이에서 매 순간 그 둘을 연관지으며 산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근대 이전의 역사적 사고였다. ‘역사는 삶의 스승’이라는 고전적 표현은 혁명의 시대에 미래를 기대하고 예측하는 데는 걸맞지 않았다. 근대 이후에는 더 이상 경험이 기대의 근거가 되지 못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현재를 통제한다. 경험과 기대 사이가 멀어진다. 그것은 역사가 시간화됐기 때문이다. 역사란 흐르는 시간처럼 일회적이기에 역사적 의미나 서술 역시 그때그때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이전의 자신을 넘어서려 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이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진보라는 개념과 맞아떨어졌다. 무한한 진보의 가능성을 지닌 인류의 원대한 계획을 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 역사철학자의 과제가 된다.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면 현재보다 미래(기대)의 비중이 더 커진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생활상의 급격한 변화에서 가장 뚜렷이 볼 수 있듯, 현재는 경험될 여지도 없이 금세 미래 속에 묻힌다. 시간의 가속화는 근대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