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선·이석윤·소광희, «철학의 제문제», 벽호, 1999.
보편적 지에 대한 사랑이 철학이다. – 11
대화정신이란 나의 말(logos)과 너의 말(logos)을 제3의 것으로 변증법적으로 지양통일시키는 것이요, 나의 견해를 너 속에서 또 너의 견해를 나를 통해서 확인하고 수정함으로써 객관화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실증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12
그의 진리탐구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 그의 내면적 신의 목소리(로고스)는 언제나 금지의 경우만 들려 주는 부정의 역할을 하였다. 부정은 주체성의 확립을 위한 제일의 요건인 것이다. 그가 엄격한 개념규정을 행한 것도 언어를 외적 우연적 구속성에 의하여 지배되지 않고 내적 필연성에 의하여 로고스로서 사용되게 하고 자 했기 때문인 것이다. [···] 그러기에 그는 능히 죽음까지도 주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철학은 궁극적으로는 주체적 결단이요, 이것은 동시에 인생관, 세계관 및 그것과 관련된 가치관으로서 철학이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의 일면이기도 하다. – 13
제6장 비판과 종합
칸트는 휴움의 경고에 의하여 독단의 잠을 깨었다고는 하나, 휴움과 같이 자연과학의 확실성을 의심할 수도 없었으며, 또한 일체의 형이상학을 단념할 수도 없었다. 자연과학적 인식의 확실성은 이미 뉴우튼의 수학적 자연과학에 있어서 하나의 사실로서 확립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칸트의 인식이론의 근본의도는 그처럼 이미 사실로서 확립되어 있는 학적 인식의 권리근거를 밝힘으로써 자연과학의 확실성을 정초하고, 나아가서는 자연과학과 같이 ‘학의 확실한 걸음’을 걸을 수 있는 새로운 형이상학의 가능성을 정초하려는 데에 있었던 것이다. … 경험적 인식은 엄밀한 보편성과 필연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경험적 인식은 학적 인식이라고 할 수가 없다. 학적 인식이 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선천적 인식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의 모든 인식은 판단의 형식을 취한다. … 모든 판단은 분석판단과 종합판단 두 가지로 구분된다. 분석판단이란 가령 “모든 물체는 연장을 가지고 있다”와 같이 술어개념이 이미 주어개념 속에 포함되어 있어서 술어개념을 찾아 내기 위해서는 하등 경험의 도움을 빌릴 필요가 없이 단지 주어개념을 분석하기만 하면 되는 판단이다. … 보편성과 필연성을 가진다고 하겠다. … 그러나 … 우리의 인식을 증대시켜 주는 확장판단이 아니므로, 학적 인식으로서의 의의를 가지지는 못한다. – 104
도덕적인 덕은 … ethos(습관)란 말에서 나온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본성적으로 우리에게 갖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실천을 통한 습관의 결과로 생긴 것이다. 즉 용감한 행동을 함으로써 용감한 사람이 되고, 정직한 행동을 함으로써 정직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 그런 행동이 늘 수행되어 습관이 된 사람만이 유덕한 사람인 것이다. –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