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클렐란(James E. III McClellan)·해럴드 도른(Harold Dorn), 전대호 옮김,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모티브, 2008.
원제: Science and Technology in World History (1999년)
탈레스가 제시한 설명들은 모두 일반적이다. 그것들은 어떤 한 경우만이 아니라 모든 지진과 나일 강의 모든 범람을 해명하려 한다. 또 탈레스는 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에 호소하지 않는다. 흔히 회자되는 표현을 쓰자면, 그는 ‘신들을 몰아냈다’. 그러니까 ‘우박이 내 올리브 농사를 망친 것’은 내가 어떤 특수한 이유로 제우스나 헤라의 노여움을 사서 자초한 벌이 아니라, 대기 속의 물이 얼어붙는 등의 자연적 과정이 일어날 경우 항상 발생하는 우박에 불운하게도 내 올리브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그리스 자연철학 – ‘자연의 발견’ – 의 특징 중 하나가 자연에 대한 탈신비화와 객관화의 요구라는 점에 주목하라. 먼저 그런 요구가 충족되어야만 자연에 관한 이론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연’이 우선 연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 p. 101.
역학 전통이 실용화될 가능성은 알렉산드리아의 크테시비오스, 비잔티움의 필론, 알렉산드리아의 헤론 등의 업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무게와 기체역학에 관한 지식에 기초하여 천재적인 기계 장치들을 개발했다-’마술 같은 기계’의 범주에 드는 그 장치들은 자동으로 신전의 문을 열거나 제주를 따랐다. 그러나 그것들의 목적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었다. – p. 143.
과거에 유럽에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학에 관한 중요하지 않은 작품 몇 편뿐이었다. 그러나 1200년대 이후 아리스토텔레스는 유럽에서 ‘철학자the Philosopher’라는 한 마디 명칭으로 통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존재로 떠오른다. [···] 아퀴나스가 아리스토텔레스를 기독교화한 것인지 아니면 기독교를 아리스토텔레스화한 것인지, 혹은 둘 다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찌 되었든, 아리스토텔레스는 완벽한 지적 체계를 제공했고, 중세 스콜라 철학은 그 쳊체계에 기초하여 신과 인간과 자연에 관한 합리적 사고를 구성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과 분석적 범주는 모든 분야의 탐구에서 사실상 유일한 개념적 수단이 되었다. – p. 284.
코페르니쿠스와 그의 업적에 관하여 핵심적으로 지적할 사항은 그가 최초의 근대 천문학자라기보다 최후의 고대 천문학자였다는 점이다. 보수적이었던 그는 일부에서 형성되던 새로운 전통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 천문학을 돌아보았다. 그는 케플러와 뉴턴의 선구자로서가 아니라 프톨레마이오스의 후계자로서 연구했다. [···] 그의 목표는 그리스 천문학을 뒤엎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원래 순수성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 더 나은 방식, 일정한 원운동과 고대의 전통에 더 적합한 방식이 있어야 했다. – p. 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