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프랭켈(Hermann Ferdinand Fränkel), 김남우·홍사현 옮김, «초기 희랍의 문학과 철학», 아카넷, 2011.
원제: Dichtung und philosophie des fruhen griechentums
희랍 초기 문학의 단편들은 몇 안 되는 단어들을 통해서도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을 만큼 내용이 풍부하며, 그 형식 또한 담고 있는 사상과 잘 조화되어 있다. – p. 4.
헤시오도스는 [···] <<신들의 계보>>에서 평범한 인간들의 주변 환경 전체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그것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은 신들과 신적인 힘들과 자연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 <<일들과 날들>>에서 인간의 일상적 노동과 그에 따르는 규칙을 이야기하고, 올바르고 온당한 생활양식에 대한 훌륭한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 – p. 173.
헤시오도스가 이야기하는 ‘신들’은 [···] 대지와 하늘, 별과 바람 등 원초적 단계의 자연물과 승리, 전투와 거짓말 등과 같은 인간 삶의 원리들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신들의 생성’은 세계의 생성을 의미한다. – p. 178.
<<신들의 계보>>에 나타나는 이야기 틀 속에는 수많은 묘사와 암시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런 것들은 언젠가 한 번 있었던 지나간 일들이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태고의 역사, 신화 내지 세계 생성신화는 완결된 것이면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들로서 현재를 분명하게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 p. 180.
이러한 방식으로 각각의 개별자들이 어떤 특정한 근본 성질과 유형으로부터 유래한다고 하는 사상이 분명해졌다. 천태만상의 현상계는 소수의 근본 원리로 환원되어, 지적으로 이해 가능하게 되었다. – p. 187.
헤시오도스에게는 전달되는 내용의 생생한 역동성이 조심스러운 일관성보다 중요했으며 [···] 어떤 사실관계를 단번에 모두 끄집어내어, 논의하고, 마무리짓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주변을 살피면서 여러 각도에서 계속 새로운 시각으로 대상을 관찰하며 연관관계를 포착하는 [···] 사유 방식이 <<신들의 계보>>와 대체로 어울린다. – p. 192.
<<일들과 날들>>은 당시의 극단적인 도덕적 와해를 보여주고 있다. [···] 모두가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할 뿐이었으며, 권력을 정의와 신뢰보다 앞에 두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땅에서 일구는 강인한 농부와 그의 노동은 이런 시대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냈다. 모두가 타락할 때 농부만은 오로지 제 자신에 의지하여 자신을 지켜내고 있다. – p. 207.
헤시오도스는 “인간과 신들이 같은 뿌리로부터 생겨났으며” 따라서 근본적으로 유사하다는 명제로부터 출발한다. – p.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