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George Orwell), 정효석 옮김, «카탈로니아 찬가», 풀무질, 1995.

원제: Homage to Catalonia (1938년)

고기는 보기 드물었고, 우유는 사실상 거의 구할 수가 없었다. 석탄, 설탕, 석유 등의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빵은 심각할 정도로 부족했다. 그 당시 빵배급을 타려는 사람들의 줄은 수백 야드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표정은 만족스럽고 희망에 차 있었다. 실업 문제는 없었고, 생활비는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눈에 띌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집시들을 제외하고는 거지들도 볼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혁명과 미래에 대한 믿음, 즉 자유와 평등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믿음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본주의라는 기계의 톱니바퀴가 아닌 인간으로서 행동하려고 한 것이다. 이발소에는 ‘이발사들은 이제 노예가 아니다’는 무정부주의자들의 공고문이 엄숙하게 걸려 있었다. – p. 8.

땔감을 찾아 헤맨 덕분에 우리는 모두 식물학자가 되었다. 우리들은 산비탈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들을 그 연료의 질에 따라 분류했다. 불쏘시개로는 좋지만 불과 몇 분 내에 다 타 버리는 여러가지 관목과 풀들, 불이 잘 지펴지면 타기 시작하는 야생 로즈메리와 자그마한 가시금작화, 사실상 불에 타지 않는 구즈베리보다 작은 참나무 토막 등. 불쏘시개로는 아주 좋은 잘 마른 갈대류가 있었지만, 초소 왼쪽 언덕 꼭대기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그것을 뽑으러 가려면 상대편의 총격을 받기가 십상이었다. – p. 35.

전선이 근접 거리에 있으면 항상 이쪽 참호에서 저쪽 참호로 서로 소리를 질러댄다. (…) 너희들은 단순히 세계 자본주의에 고용된 자들에 불과하며 너희 자신들의 계급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다는 따위의 말을 파시스트 군에게 외치면서, 그들로 하여금 우리 편으로 넘어오도록 촉구했다. 이 같은 외침은 때로는 거의 밤새도록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되풀이되곤 했다. (…) 가끔씩 보는 파시스트 귀순병들이 어느 정도는 여기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에 모두들 동감했다. 불쌍한 보초놈들.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서 징병된 사회주의자나 무정부주의자인 노동조합원일 것이다. 초소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보면, 어둠을 뚫고 계속 들려 오는 “너희 자신의 계급에 대항해서 싸우지 말라!”는 슬로건은 상당히 자극적이었을 것이며, 즉각 귀순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게끔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방식의 전술은 영국식 전쟁 개념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이 효과가 있음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깜짝 놀라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적을 사살하는 대신에 자기 편으로 전향시키려고 하다니! 지금은 어떤 면에서 보면 그것도 합법적인 전술이라고 생각된다. – p.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