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 하르트만(Nicolai Hartmann), 하기락 옮김, «정신철학원론», 이문출판사, 1990.

니콜라이 하르트만(지음), 하기락(옮김), «정신철학원론», 이문출판사, 1990.

정신적 존재의 문제는 단순히 역사철학의 문제가 아니다. (…) 모든 정신은 그 역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역사라 하면 엄밀한 의미에서는 언제나 인간의 역사를 의미한다. 인간은 정신적 존재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종류의 단 하나의 것이다. 그는 물론 <단지> 정신적 존재로 그치는 자가 아니지만, 그러나 어쨌든 본질적으로 <역시> 정신적 존재이다. 그러한 자로서 그는 또 역사적 존재이다. 정신 없는 존재에게는 역사가 없다. – p. 5

역사 속에 신의 지배가 있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데 대한 증명은 이 점에 있다고 셸링은 생각한다. 모든 자유에 간섭하고 그것을 조정하여 그의 보다 위대한 방침속에 편입시키는 필연성만이 궁극목적의 실현을 보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인간은 세계생기란 무대 위에서의 배우이고 신은 대희곡의 작가라고 보여지고 있다. (…) 이것은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 (…) 피히테의 저서는 이성과 자유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역사의 시기를 구분했는데, 이 양자가 함께 궁극목적을 이루게 된다. (…) 자유는 한번 자각하자 결국 자기가 반항했던 적법성이 실은 자기의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럼으로써 자유는 이성과의 통일을 발견하고 제 자신의 본질을 충족시킴으로써 이성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 pp. 9-10

관념론의 이성형이상학은 헤겔에 있어서 정신현상학으로 바뀌어진다. 역사과정의 부담자는 <객관적 정신>, 즉 개인을 초월한 고차의 존재자요 독자적 존재방식과 독자적 생명을 갖고 있는 보편적 정신실체이다. (…) 그 배후에는 정신이 모든 것이라는 근본명제가 있다. 헤겔에 의하면 정신은 무정신자 즉 물질과 생물의 진리이기도 한데 – 다만 그 고유한 형태에 있어서의 진리가 아닐 뿐이다. (…) 정신은 미지의 정신적 공동실체로서 개체들의 다수의 배후에 숨어 있다. (…) 이성이 세계를 조종한다. 역사경로의 계획은 이성이 자기에게로 돌아옴이다. 이성의 본질은 자유이고, 역사의 궁극목적은 자유의 존재, 즉 자유의 자기실현이다. (…) 세계역사는 그러므로 <자유의식의 진보>이다. 이것은 세계역사에 내재하는 근본법칙이다. 정신은 <그 자체에 있어서 자유로운 것>이지만, 자유는, 그것을 가진 자가 그것을 가졌다는 것을 아는 때에만, <현실적>이다. (…) 그렇지만 모든 중요성이 최종단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피히테와 역사상과 헤겔의 역사상이 구별되는 주요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에 있어서는 과정 자체가 본질적인 것이니, 각 단계는 되풀이 되지 않는 정신의 독특한 형태이다. 과정은 결과속에 지양될 뿐이니, (…) 전체로 보면 과정과 결과가 내용적으로 일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리는 전체이기> 때문이다. (…) 정신이 자기를 실현하는데 쓰이는 수단은 개체들의 사적 정열이다. 이성은 그것을 이용한다. (…) 이성은 인간으로 하여금 개인적 목적을 추구함에 있어서 언제나 동시에 어떤 다른 것을 영위하게끔 하고 그리하여 결국 공통한 원리를 실현하도록 돕는다. 이것은 역사에 있어서의 <이성의 간계>이다. – pp.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