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司馬遷), 이성규 편역, «사마천 사기», 서울대출판부, 2008.

사마천(지음), 이성규(편역), «사마천 사기», 서울대출판부, 2008.

공자께서는 ‘백이,숙제는 해묵은 미움을 생각하지 않았고, 원망하는 일이 드물었다.’ 또 ‘인을 구하여 인을 얻었으니 또 무엇을 원망하겠는가?’라고 말씀하셨다. (…) (과연 그들은)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혹자는 말한다. (…) 이처럼 인을 쌓고 깨끗한 행동을 하였는데 굶어 죽고 말다니! 70명의 문도 중에서 공자는 안회만이 배우기를 좋아한다고 추켜세우지 않았던가? 그러나 안회는 굶기가 일쑤였고 술지게미조차 배불리 먹지 못한 채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보답하여 베푸는 것이 어찌 이럴 수 있는가? 도척은 매일같이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고기를 먹었으며, 흉포한 행동을 제멋대로 하면서 수천의 무리를 모아 천하를 횡행하였지만, 결국 천수를 다하였다. 그가 무슨 덕을 따랐기 때문이란 말인가? (…) 도대체 이른바 천도라는 것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 127-128쪽

** 사마천은 자연과 인간(자유)의 관계를 구명하고자 했다. 백이,숙제를 열전 첫편에 다루면서 덕(가치)과 쾌락(사실)의 괴리 문제를 제기했다. 자연과 자유의 통일 문제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인류가 풀고자 했던 문제다. 마지막 편인 <화식열전>에서 사마천은, 스스로 증식하는 돈(자본)의 속성을 기술하며 부의 축적이 인의,도덕 같은 문제와 완전 무관하다고 말한다. 역사의 인물들을 바라보는 사마천의 사관은 정신의 도야와 덕을 향한 추구에서 시작해 물질을 향한 욕망으로 끝맺은 열전의 형식미에 뚜렷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