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 김승욱 옮김, «분노의 포도», 민음사, 2012.

원제: The Grapes of Wrath (1939년)

“요즘은 소작인들이 그냥 정신없이 사라지고 있수. 트랙터 한 대면 열 가구가 쫓겨나.” – 1권 22쪽(제2장)

“우리가 왜 그걸 하느님이나 예수님에게 걸어야 하나? 어쩌면,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건 모든 남자와 모든 여자인지도 몰라. 어쩌면 그게 바로 성령인지도 몰라. 바로 인간의 정신··· 어쩌면 모든 사람이 하나의 커다란 영혼을 갖고 있어서 모두가 그 영혼의 일부인지도 몰라.” – 1권 51쪽(제4장)

···몇 명은 차갑게 굴지 않으면 지주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오래전에 알아차렸기 때문에 차갑게 굴었다··· 지주의 대리인들 중 일부는 자신이 그토록 냉혹하고 강력한 주인의 노예라는 것을 조금 자랑스러워했다. – 1권 67쪽(제5장)

이건 우리가 아니라, 은행이 시킨 겁니다. 은행은 사람하고 달라요··· 괴물이 되는 겁니다··· 소작인들이 소리쳤다. 하지만 이건 우리 땅입니다. 우리가 측량하고, 우리가 개간했어요. 우리는 여기서 태어나 이 땅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했고, 또 여기서 죽었어요. 땅이 나빠졌다 해도 여전히 우리 겁니다. 우리가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죽으니까 우리 땅이에요. 땅의 주인이라는 건 그런 겁니다. 숫자가 적힌 서류로 주인이 되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 1권 70쪽(제5장)

은행은 사람보다 더 강해요. 괴물이라고요. 사람이 은행을 만들었지만, 은행을 통제하지는 못합니다. – 1권 71쪽(제5장)

농작물은 땅에 심기도 전에 거래되었다. 흉작, 가뭄, 홍수도 이제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금전적인 손실을 뜻할 뿐이었다. 그들의 애정은 돈 때문에 점점 식어 갔고, 사나움도 이해타산 속에서 조금씩 사라져 이제 그들은 농부가 아니라 농작물을 파는 장사꾼, 물건을 만들기도 전에 팔아야 하는 소규모 제조업자가 되었다··· 이제는 농업이 산업이 되었다. 지주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로마를 흉내 냈다. 그들은 노예를 수입했다. 비록 노예라고 부르지는 않았지만, 중국인, 일본인, 멕시코인, 필리핀인 들을 수입한 것이다. – 2권 10쪽(제19장)

“… 10센트만 있으면 아이들에게 옥수수 죽을 사먹일 수 있다면? 5센트만 있어도 아이들에게 뭐든 사 줄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이 100명이나 돼요. 그럴 때 그냥 5센트만 주겠다고 한다면? 다들 그 5센트 때문에 아귀다툼을 벌이겠죠.” – 2권 37쪽(제20장)

재산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재산이 어떻게 될까 봐 무서워했다. 배를 곯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 배고픈 자의 눈을 처음으로 보았다. – 2권 117쪽(제21장)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며 과일을 먹고 싶어 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황금색 오렌지 위에는 휘발유가 뿌려진다··· 산처럼 쌓인 오렌지가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지켜본다. 사람들의 눈 속에 패배감이 있다. 굶주린 사람들의 눈 속에 점점 커져 가는 분노가 있다.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 간다. 수확기를 향해 점점 익어 간다. – 2권 254쪽(제25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