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때려치우는 것에 관하여
공부방 근처에 새로 생긴 커피집 입간판에
“회사 때려치우고 카페 차렸소!!!”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회사 때려치웠다”는 표현을 듣거나 볼 때마다 뭔가 섬뜩하고 마뜩잖다.
회사 생활에서 배운 게 전혀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건,
회사원으로서 삶이 한마디로 고통의 연속이었다는 넋두리건,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허비한 건 분명하기에,
그렇게 표현하는 사람을 만나면 무척 안쓰럽고 불쌍하다.
나도 한 번 회사를 때려치운 적이 있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보낸 첫 직장에 사표를 내고 회사를 옮겼다.
좋게 말하면 더 규모가 있는 회사로 스카웃이 된 건데,
100일도 못 채우고, 그곳을 때려치우고 나왔다.
프리랜서가 되는 건 인생의 장기 계획이었는데,
너무 일찍 회사를 때려치운 덕에 얼떨결에 프리랜서가 됐다.
때려치운 회사에 대한 추억이나 교훈 따위는 없다.
나는 석 달 내내 무능력했고 무기력했는데,
잘 하려고 무지 애를 쓰고 열심히 했지만 전혀 적응을 못했다.
회사를 때려치우며 패배감이라는 상처가 생겼는데,
그 흔적을 들추면 아직도 약간 따끔거린다.
무엇이 저 커피집 사장으로 하여금
회사원으로서 보낸 시간을 인생 저편으로 뻥 걷어차게 만들어 버렸을까.
회사 때려치운 사장이 내리는 커피는 왠지 더 씁쓸할 것 같다.
직장이든 인간 관계든,
때려치운다는 건
무척 슬프고 불행한 일이다.
그런 일이 내 인생에서 더는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할 뿐. (2013.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