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올뱅이의 고향을 찾아서

서울 계동 헌법재판소 맞은 편 골목에서 ‘올뱅이국’이라고 적힌 <충청도집> 입간판을 보았다. 보잘것없는 그 작은 간판이 눈에 띈 건 내가 충북 제천 출신이기 때문일 거다. ‘올뱅이’라고 적은 걸로 미루어 보건대, 이집 주인장은 일단 충북 사람인 것 같다. 올뱅이라는 말은 제천이나 단양, 충주 일대에서 주로 쓰는 말이다. 올갱이라고도 하고, 올뱅이라고도 한다.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 보다가 권오분 작가가 쓴 <<옛날 사람처럼 먹어라>>의 한 대목을 읽게 됐다.

“내 고향 충청도에서는 다슬기를 ‘올뱅이’라고 했다. 올갱이라고도 하고···”

저자 소개에는 ‘월악산 자락에서 태어났다’고만 나와 있다.
권오분이 다른 지면에 쓴 글에 이런 대목도 있다.

“나는 월악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과 영월에서 내려오는 남한강의 상류가 합쳐지는 삼각주인 곳에서 자랐다.”

충청도집 주인장의 고향보다, 이제 권오분 작가의 고향이 어딘지 호기심이 생겼다.

“정선아리랑을 구성지게 부르며 뗏목을 타고 영월에서 흘러 내려오던 뗏목꾼들이 서울로 가는 길에 첫 밤을 쉬고 가던 작은 마을이었다 ··· 장날이 아니면 한적하기가 그지없던 내 고향은 충주에서 제천이나 단양으로 가는 장거리 버스가 하루에 네 번 지나갈 뿐···”

무척 궁금했다. 권오분 씨가 나고 자란 그곳이 어딘지.
충주와 제천 사이에 있으면서, 동시에 충주와 단양 사이이기도 한 그곳이 어딘지.

월악산 자락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영월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는 후보 지역은 영춘, 수산, 한수 정도다. 뗏목꾼들이 한양 가는 길에 첫밤을 주로 묵었던 곳은 영춘인데, 영춘은 월악산 자락이라기보다 소백산 자락이라고 봐야 하니 후보에서 제외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적어도 수산까지는 가야 한다.

그러다가 이런 구절을 보았다.

“충주에 있는 고모 댁이나 사촌 언니네 가려면 남한강 물길을 따라 30리 길을 걸어가야만 했다.”

충주 시내에서 30리, 대략 10킬로 남짓 떨어진 남한강 어귀 마을이라면?

권오분 씨의 다른 글에 자신이 다닌 초등학교 교가가 “월악산 뻗어 내린 정기를 받아…”로 시작한다는 구절이 있다.

“충주댐이 생기면서 장이 서던 우리 동네도 ··· 물속에 잠겨 버렸다”는 구절도 있다.

이쯤 되면 심증이 굳어진다… 한 곳으로.
저자가 적은 것과 딱 맞진 않지만 “월악산 뻗어 나온 정기를 받아”로 교가가 시작되는 학교가 있었다. 바로 한수국민학교다.
충주 시내와 30리쯤 떨어져 있다.

내 형은 단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수몰되기 전과 후의 사정에 관해 잘 아는데, 한수는 내륙에 가까우니 나루가 있는 수산이 권오분 씨의 고향 같다고 말했다. 작가에게 연락하여 물어보면 되겠지만, 너무 쉽게 알면 맥이 빠질 수도 있으므로 이렇게 탐정처럼 진실에 접근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언제 이 글의 속편이 나올지 장담은 못 한다.